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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보라 Aug 02. 2024

우울 3알, 감사 4알

위로는 사람에게 받을 수 있다.

코로나에 걸렸다.

그것은 코로나가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은 대가였다.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우울 1알


병가로 금요일을 쉬고 주말도 이어 쉰 다음에

월요일에 출근을 했다.

사무실이 답답했다.

엉덩이는 의자에 붙이고 있지만

한 글자를 쓸 수도 읽을 수도 없었다.


일단 밖으로 나갔다.

무너져 내리는 감정을 데리고 일단 걸었다.

무너져 내리는 감정을 달랠 수는 없었다.


책상에 다시 앉아서

'병가를 내야 하나?'라고 고민을 했다.

업무에 전혀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또다시 밖을 나가 서정이며

갑자기 찾아온 무채색의 감정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조퇴를 하고

집에 가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감사 1알


엄마는 40이 넘은 딸에게 용돈 10만 원을 입금하면서

혼자 맛있는 것 사 먹고 들어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야 할 일에 너무 몰두해서

몸을 혹사시키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 돈으로 샌드위치와 주스를 사 먹고

혼자 조금 걸은 후에 집에 갔다.



우울 2알


화요일에 출근해서 주차를 하는데

가만히 주차되어 있는 차를 박았다.

현재에 집중이 되지 않으니 별 실수를 다한다.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기분이 좋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동료가 나에게 웃으며 말을 시켜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퇴근을 하는데 전기차가 충전이 되어 있지 않았다.

충전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것이다.

일단 시동을 켜고 가까운 충전소를 갔다.

충전을 하려고 하는데 지갑을 사무실에 두고 왔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신용카드를 빌리고

충전금액만큼 이체를 했다.

충전은 되지 않았다.


다시 다른 사람에게 신용카드를 빌리고

충전금액만큼 이체를 했다.

충전은 되지 않았다.


순간 모든 것을 놓고 싶었다.

차를 버리고 택시를 탈까?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가만히 있고만 싶었다.

누군가 와서 내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했다.

뜨거운 날 전기차 충전기 기계 옆에

아무렇게나 앉아 생각을 다듬었다.

내가 생각해 낸 것은 자동차 긴급 출동이었다.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지 몇 분이 지났을까

출동차가 보였다. 기사분을 보니 마음이 안정됐다.

기사분은 나에게다시 한번 충전을 해보라고 했다.


내가 지갑을 놓고 왔다고 하니

몇 초간 나를 쳐다보더니 자신의 지갑을 가져왔다.


충전은 여전히 되지 않았다.


차를 견인해서 근처 다른 충전소에 갔다.


충전소를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나는 처음 보는 기사에게

오늘 하루가 참 꼬인다고 말했다.


기사분은 씩씩하고 쾌활하게

그런 날도 있다고 말해 주었다.

평범한 그 말이 왜 이렇게 위로가 됐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충전소에 와서

기사분의 카드로 충전을 했다.

충전이 잘 시작되자 마음이 놓였다.



감사 2알


기사분은 충전한 금액 3천 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계속 이체하려고 했지만 정말 괜찮다고 하셨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친절이지만

나에게는 참 많은 위로가 됐다.

아마도 그분의 마음이 나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았다.

타인의 친절로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울 3알


수요일도 출근을 했다.

업무에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아

병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받아볼까 했다.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계속 걱정이 되었다.


사무실이 너무 작게만 느껴져 답답했다.

그때,

사무실에 있는 것을 힘들어했던 선생님이 생각났다.

나는 그 선생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나는 뭐든지 혼자 견디고 참아내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요즘에는 많이 바뀌어서 예전보다는 나의

힘듦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감사 3알


그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선입견 없이 잘 들어주었다.

자신이 힘들었을 때 이야기도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선생님께서 나만 생각하라고

말씀해 주신 것이 위로가 되었다.

많은 따뜻함을 받아서 정말 감사했다.




수요일 점심을 먹고

기분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감사 4알


앞자리에 앉은 선생님께서

어제보다 나의 표정이 좋아 보인다고 말씀하신다.

월, 화요일 내 기분을 살피며

계속 안부를 물어봐 주셨다. 그것 또한 정말 감사했다.




오늘은 금요일

일주일 동안 좋은 경험을 했다.

느낀 것도 많았다.


나는 더욱 평화로워졌다.

나는 더욱 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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