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야, 대충 해라 쫌!
퇴고를 하면서 느낀다.
내 초고가 좀 더 탄탄했더라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퇴고를 하면서 또 느낀다.
내 글 속에서 내가 허우적대고 있구나!
내가 쓴 문장이 회오리 같기도 하고
아지랑이 같기도 하다.
당최 보이지가 않는다.
글씨가 둥둥 떠다닌다.
38 꼭지가 내 머릿속에 한꺼번에 들어 있다.
이 문장을 저 꼭지에서 썼던가?
다른 꼭지에서 썼던가?
아니면 이번 꼭지에서 쓴 건가?
이젠 모르겠고,
알고 싶지 않다.
점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전체를 다시 쓰고 싶은 유혹이 밀려온다.
하지만
원판은 똑같다.
얼굴이 똑같듯 말이다.
그 얼굴에 아무리
헤어, 액세서리, 메이크업, 패션을 바꿔도
결국 그 얼굴이다.
물론 그런 요소들을 잘 활용하면
사람의 이미지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하지만 여전히, 그 얼굴이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새로운 이론을 넣고 싶기도 하고,
이 꼭지에 더 어울리는
상담 사례로 바꾸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애야,
그만두어라.
그냥 있는 문장이나 다듬어라.
애야,
그만두어라.
이미 써진 문장이나 고쳐라.
애야,
더 늦기 전에 퇴고를 마무리해라.
애야,
아주 이상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라.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면,
그냥 넘어가라.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
제발,
대충 하고 끝내자.
이젠,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