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 Mar 16. 2023

역대 아카데미 수상작 <포레스트 검프> & <아티스트>

씨네아카이브 13. and the Oscar goes to..

한국 시각으로 월요일,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수상하며 올해 아카데미 주인공이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수상하길 바랐던 작품들이 노미네이트에 그쳐 아쉬웠지만, 양자경의 여우주연상은 아시아 배우의 첫 주연상 수상이라는 점에서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카데미의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표로서 의미 있었다. 이번 주는 아카데미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화제가 된 만큼 13번째 아카이빙은 역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중 좋아하는 작품 2편을 소개한다.


"씨네아카이브 13. and the Oscar goes to..." 전문 읽기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로버트 저메스키, 1994년 개봉
(출처: 다음 영화)

불편한 다리와 남들보다 낮은 지능을 가진 포레스트는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어머니의 보살핌을 통해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청년으로 성장한다. 여느 날처럼 또래의 괴롭힘을 피해 도망치던 중 포레스트는 자신이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늘 달리기와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된다. 대학에서 미식축구 선수로 발탁되고, 졸업 후에는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군에 들어가 놀라운 성과를 거둬 무공훈장을 수여받는 등 삶의 정점에 오른 듯하지만, 행복도 잠시,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고, 첫사랑이었던 제니 역시 그의 곁을 떠나면서 다시 한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과연 포레스트는 진정한 삶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까?


<포레스트 검프>는 윈스터 프랜시스 그룸 주니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제67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작품상 외에도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시각효과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6관왕에 올랐다.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은 <캐스트 어웨이>, <백 투 더 퓨처>, <콘택트> 등을 제작했는데 미국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영화 속에 스며들도록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레스트 검프> 역시 포레스트가 지나온 삶의 궤적 속에 반전운동, 워터게이트 사건, 미・중 핑퐁외교 등 현대사를 재치 있게 녹여냈다. 영화에는 포레스트가 케네디, 닉슨, 존 레논 등을 만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모두 CG로 한 땀 한 땀 작업한 노력의 결과물로 당시 90년대였던 것을 감안해도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은 음악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만큼 <포레스트 검프> 역시 32곡에 달하는 수려한 사운드트랙을 선보였는데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에서 흩날리는 깃털과 함께 등장하는 테마곡 Forrest Gump Suite는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처지나 지나온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포레스트 검프를 떠오르게 하며 듣고 있으면 내 안의 나쁜 마음들이 치유되는 기분이랄까.


포레스트는 지능은 낮지만, 의심이나 불평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솔직하고 착한 청년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운이 그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검프의 행운들은 결국 그의 선량한 성품 덕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올곧은 마음이 인생의 굴곡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처럼. 포레스트의 삶에 중첩되어 있는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그 중심에서 보이는 관찰자 같은 태도는 혼란스럽고 복잡한 세상과 낙천적인 검프의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주며, 세상은 냉소적이고 혼란스럽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희망과 사랑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아티스트 (The Artist)>,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 2011년 개봉
(출처: 다음 영화)

1927년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무성 영화계의 스타 조지는 유성영화라는 새로운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무시한다. 그러나 그의 예측과 달리 유성영화의 등장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바꿔놓고 조지는 새로운 배우들에게 밀려 점점 잊혀 간다. 한편 신인 시절 그의 영화에 보조로 출연하며 조지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던 페피는 인기 여배우가 된 뒤에도 그를 몰래 도와주며 곁을 맴도는데... 과연 조지는 급변하는 영화계에서 살아남고 사랑도 이룰 수 있을까?


<아티스트>는 프랑스 흑백 무성영화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에 몰락해 가는 무성영화배우 조지 발렌타인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조지 발렌타인의 애완견을 연기한 어기는 칸 영화제 비공식 수상 부문인 팜므 도그상(Palm Dog, 10호 아카이빙에서 소개한 <패터슨>에서 반려견 마빈을 연기한 넬리가 받았던 그 상)을 수상했는데 귀염뽀짝 그 자체다. 아카데미에서는 84년 만에 무성영화로서 작품상을 받았고, 감독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음악상까지 수상하며 5관왕을 달성했다. 비영어권 국가의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아티스트>가 최초로 <아티스트> 이후 비영어권 국가의 작품상 수상이 <기생충>이다.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은 흑백 무성영화에 대한 구상을 1993년부터 하고 있었지만, 2004년 그의 꿈을 실현해 줄 제작자를 만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촬영은 35일 동안 LA 워너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티스트>가 완성되기까지는 20년 가까이 걸린 셈. 감독은 흑백 영화의 특색을 구현하기 위해 조명 ・ 배우들의 연기 톤 등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오케스트라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성영화 시기에 활동한 음악가들의 음악을 분석하는 등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감독은 “흑백 무성영화를 만들어 할리우드 전성기를 이끌었던 F.W. 무르나오, 알프레드 히치콕, 존 포드 감독 등에 대한 애정을 담아 영화를 흑백 무성영화로 만들었다”라고 밝혔는데, 작품 전반에 녹아 있는 고전 영화 오마주들, 1.33:1의 포맷, 대사 대신 사용 된 자막과 오케스트라 음악 등 <아티스트>는 흑백 무성영화에 대한 감독의 존경심으로 가득 차 있다.


<아티스트>는 기술적 발전이 영화의 발전과 직결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평단과 관객들에게 두루 호평받았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평을 읽었는데 “모든 대중문화는 스스로 균형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고, 대중들 역시 본능적으로 그 시대의 균형감각을 갖추고 찾아간다”라는 것. “<아티스트>는 디지털 영화가 범람하는 시대에 대중들이 놓치고 있던 감성을 파고들어 고전 영화의 매력에 현대의 기술을 가미하여 영화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예술성을 놓치지 않으며 영화의 새로운 표현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사람들의 감성 포인트가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에게는 ‘감정’이라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으므로 아날로그적 가치가 디지털에 완전히 대체될 수 없고, 대신 각각의 강점이 적절히 배합된 형태로 기술과 문화가 진보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미언 셔젤 <위플래시> & <라라랜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