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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n 08. 2023

파리 여행자를 위한 추천 영화

씨네아카이브 18. 파리의 낭만 (영화로 떠나는 여행 ep.1)

마스크 의무 착용도 해제되었고, 여행 수요 역시 완전한 회복세를 되찾았으니 올여름은 제대로 휴가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준비한 6월 아카이빙은 여행지 풍경을 아름답게 담은 영화 a.k.a. 영화로 떠나는 여행 특집. 첫 주자는 유럽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영원한 낭만의 도시 ‘파리’다. 365일 언제나 아름다운 파리를 배경으로 파리의 낭만 담은 영화 <아멜리에>, <미드나잇 인 파리>, <위크엔드 인 파리> 3편을 소개한다.


"씨네아카이브 18. 파리의 낭만 (영화로 떠나는 여행 ep.1)" 전문 읽기



<아멜리에 (Amelie Of Montmartre>, 장 피에르 주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아멜리에>는 파리가 키치 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작품이자 파리의 상징을 에펠탑에서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확장한 작품이 아닐까. 국내에서는 2001년 첫 개봉 후 2012년과 2021년에 재개봉하며 지금까지도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독특한 영상미, 색감, 사운드,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이야기로 작품 특유의 개성이 돋보이는데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아멜리 뿔랑을 연기한 오드리 도투의 생동감 넘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영화의 개성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오드리 도투는 엉뚱하지만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멜리 뿔랑을 사랑스럽게 표현하며 많은 여행자에게 몽마르트르에 대한 동경을 키우게 했는데 아멜리가 웨이트리스로 일했던 몽마르트르 언덕의 풍차 카페(Le Café des deux Moulins)는 사크레 퀘르와 함께 지금까지도 영화를 보고 찾아온 관객들로 붐비는 몽마르트르의 또 다른 명소가 되었다. 사실 아멜리 역은 오드리 도투가 아닌 영국 배우 에밀리 왓슨이 맡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감독이 처음부터 에밀리 왓슨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고, 주인공의 이름도 배우의 이름에서 따와 아멜리로 지었는데 배우가 스케줄 문제로 하차하게 되면서 신인이었던 오드리 도투가 캐스팅되었고 해당 작품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개인적으로는 오드리 도투가 아닌 아멜리 뿔랑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캐릭터와 완벽한 매칭을 보여주었기에 주연 배우가 바뀌게 된 것이 신의 한 수 이자 지금까지도 많이 이가 영화와 함께 ‘파리’라는 도시를 떠올리게 만들어 준 결정적 요소였다고 생각하는 바.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노트르담 성당에서 뛰어내린 관광객에게 깔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외톨이가 된 아멜리 뿔랑은 어느 날 집 욕실 아래에서 빛바랜 사진과 구슬이 가득 담긴 낡은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상자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동시에 주위 사람들의 행복도 찾아주기로 다짐하는데... 과연 아멜리의 마법 같은 행복 찾기 여정은 어떻게 될까?


영화는 집에서 누군가가 숨겨두었던 보물상자를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된 아멜리의 행복 찾기 여정을 그리고 있다. 아파트 사람들에게 수소문해 보물상자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게 되고,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마주하고 기뻐하는 남자를 보며 아멜리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전달하기 시작한다. 사실 아멜리의 주변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삶에 낙담하고 지쳐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멜리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고 아멜리 역시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며 자신만의 행복도 찾게 된다.


뜻밖에 발견한 보물상자로 아멜리와 주변 사람들의 삶도 변화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 걸맞게(?) 영화는 시종일관 원색의 통통 튀는 색감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보면 아멜리의 주변 사람들은 무채색에 가까운 인물들로 그 사이에서 사람들을 조금씩 물들이는 인물이 아멜리처럼 보인다. 그리고 아멜리로 인해 주변 인물들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영화도 점점 무르익는 거다. 국내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온 <아멜리에>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영화의 원제목은 ‘아멜리 뿔랑의 멋진 운명(Le fabuleux destin d’Amélie Poulin)’인데 개인적으로는 내용에 훨씬 잘 어울리는 건 원제목인 것 같다. 영화의 모든 이야기를 함축해서 담고 있으니까. 해당 제목은 극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샤샤 기트리의 1941년 흑백 영화 <Le Destin fabuleux de Désirée Clary>에서 영감을 받아지었다고.


통통 튀는 색감과 사랑스러운 주인공 외에도 돋보이는 건 역시 파리 풍경이다.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은 영화 개봉 20주년 인터뷰에서 지금도 행복한 마음으로 즐겁게 감상하는 작품이자 “마치 한 편의 여행 앨범(C’est un peu comme un album de voyage)”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는데 아멜리가 거주하고 일하는 동네인 몽마르트르를 중심으로 몽마르트르 언덕과 사크레 퀘르 성당, 생마르탱 운하 등 파리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볼 수 있다.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우디 앨런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파리에 대한 낭만을 완벽하게 그린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는 여행자들이 생각하는 파리의 이미지와 클리셰가 모두 집대성되어 있다. 파리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지나간 추억과 향수를, 파리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파리에 대한 낭만을 배가시키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는 2013년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제84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후보에 올라 각본상을 받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감독이 파리 예술계에 품은 동경과 낭만이 모두 담긴 작품이라 20세기 근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래서 해당 시기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지식을 겸비하고 본다면 더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다. 특히 벨 에포크로 불린 1920년대 파리에서 활동한 예술계 거장들의 캐릭터를 관찰하는 즐거움이 크다. 아내에게 휘둘리는 피츠제럴드, 마초남 헤밍웨이, 예술가들의 구심점이었던 거트루드 스타인, 추상화의 거장 피카소 등이 등장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당사자들의 성격이 대사와 행동을 통해 기발하게 표현되어 있다. 각본가로서의 역량이 입증된 우디 앨런의 작품인 만큼 위트 넘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약혼자 이네즈를 두고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길은 종소리와 함께 홀연히 나타난 차에 올라타게 되고 그곳에서 1920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조우하게 된다. 그날 이후 매일 밤 1920년대로 떠난 길은 평소에 동경하던 예술가들과 친구가 되어 꿈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인 애드리아나를 만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길은 예술과 낭만을 사랑하는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과연 꿈만 같은 길의 시간 여행은 어떤 끝을 맺게 될까?


주인공 길은 과거에 대한 향수에 연연하는 현실 도피형 인물이다. 제대로 된 소설을 쓰고 싶어 하면서도 혼신을 다해서 도전할 마음을 먹어본 적 없고, 약혼녀 이네즈와 사사건건 의견이 맞지 않는데도 파혼하고 새롭게 출발할 용기도 없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문화예술의 황금기였던 1920년대 파리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지고,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를 그리워하기만 해서는 자신이 직면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환상을 버리고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네즈와의 약혼을 깨고 파리에 정착해 제대로 글을 써보겠다 결심한 순간, 비가 오는 파리를 사랑하는 여인 가브리엘을 만나면서 자신의 결심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영화는 주인공 길의 파리 시간 여행을 매개로 주인공의 내적 성장과 함께 예술의 황금기였던 1920년대와 21세기를 넘나들며 파리 구석구석을 보여준다.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성당, 센 강, 베르사유 궁전 등 파리의 모든 곳을 앵글에 빈틈없이 채워 담았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제대로 파리를 여행하고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자의 시선에서 파리의 낭만을 가장 잘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파리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진 사람들도 파리가 예술과 낭만의 도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위크엔드 인 파리>, 로저 미첼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여행자들에게 런던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대표작 <노팅힐>을 연출한 로저 미첼 감독이 이번에는 파리를 배경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노팅힐>이 청춘의 풋풋한 로맨스를 그렸다면, <위크엔드 인 파리>는 결혼 30년 차 부부의 파리 여행기를 담은 성숙한 리얼리즘 로맨스로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남녀 관계를 신랄한 대사와 재치 넘치는 유머로 표현해 냈다. 감독은 영화의 주제를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다”라고 밝히며, 일상의 권태와 노년에 겪는 허탈함을 사랑으로 이겨내는 부부의 모습을 담았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어바웃 타임>의 엄마로 익숙한 ‘린제이 던칸’이 ‘멕’을 <해리포터> 덕후들에게 슬러그혼 교수로 익숙할 연기파 배우 ‘짐 브로드벤트’가 ‘닉’을 맡아 탄탄한 내공으로 다져진 연기력을 발휘하며 뛰어난 앙상블을 선보였는데 두 배우는 해당 작품으로 영국독립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산세바스티안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짐 브로드벤트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진실한 사랑을 믿는 로맨티스트지만 입을 열 때마다 아내의 성질을 돋우는 귀여운 할아버지 ‘닉’으로 분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선보이며 분명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귀염 상의 유럽 할아버지를 표현해 냈다. 린제이 던칸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소녀의 감수성을 간직한 사랑스러운 그리고 괴짜 같은 면모도 지닌 할머니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결혼 30년 차 부부 닉과 멕은 잃어버린 로맨스를 되찾고자 신혼여행 장소였던 파리를 다시 찾지만 30년이 지난 파리는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져 있는 만큼, 신혼 때와는 많이 달라져있다. 30주년 리마인드 신혼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옛날 그때 그 감정과 관계를 되찾을 수 있을까?


<위크엔드 인 파리>는 파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에펠탑, 개선문, 몽마르트르 언덕, 사크레 퀘르 성당, 몽파르나스 묘지, 플라자 호텔이 자리한 몽테뉴 거리 등을 담은 것은 물론, 골목길에 자리한 레스토랑과 카페, 서점 등 파리의 구석구석까지 화면 안에 다채롭게 담아냈다. 파리를 영화의 배경으로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 부부가 방문하는 장소 속에 두 캐릭터의 성격과 매력까지 녹여냈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두 사람과 함께 파리를 여행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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