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투앙 벼룩시장에서 찾은 파리의 겨울 낭만

걸어서 파리 한 바퀴 ep.8

by 마리

파리의 다른 이름은 아마도 낭만. 모두가 파리에서 낭만을 찾는다. 그리고 파리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의 낭만을 보여준다. 나는 파리의 겨울 낭만을 벼룩시장에서 처음 만났다. 흐린 날이 계속되고 빗줄기도 오락가락하는 파리의 겨울이 얼마나 낭만적일 수 있는지, 생투앙 벼룩시장이 알려줬다.


생투앙 벼룩시장 (140 rue des rosiers, 93400 Saint-ouen 토/일/월 오전 9시~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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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파리 남쪽과 북쪽에는 파리를 대표하는 벼룩시장이 있다. 남쪽에는 방브, 북쪽에는 생투앙. 생투앙은 파리 남쪽에서 북쪽을 가로지르는 4호선의 북쪽 종착역인 클리냥쿠르 역(Porte de Clignancourt) 역에서 도보 2분 거리. 방브 벼룩시장이 주말 반나절 동안만 문을 연다면 생투앙은 매주 주말과 월요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문을 연다. 가장 활기를 띠는 시간은 오전 11시 무렵이지만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지 않아도 느긋하게 벼룩시장을 구경할 수 있어 해가 짧은 겨울에 다녀오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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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생투앙은 고미술품이나 골동품, 앤티크 가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 보통 여행자들이 떠올리는 유럽의 벼룩시장과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 평소 여행지에서 벼룩시장을 즐겨 찾는 이들에게는 꼭 들러보기 추천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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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생투앙은 19세기 파리 북쪽 성벽을 둘러싸고 파리 중심지의 높은 세금을 피해 온 소상공인들이 모여 작은 점포들이 형성되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다. 보통 큰 대로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매장이 열리는 벼룩시장과 달리 생투앙은 아케이드 지붕이 씌워진 건물 안에 점포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옮겨 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용도가 분명한 것부터 출처와 용도를 알 수 없는 특이하고 오묘한 물건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앤티크 제품에 흥미가 없는 사람도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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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생투앙 벼룩시장은 건물마다 이름이 붙어있는데 건물에 따라 판매하는 물건이나 점포 분위기 역시 조금씩 다르다. 비슷한 종류의 제품군을 묶어 건물별로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막쉐 도핀(Marché Dauphine)은 둘러 본 건물 중 가장 안락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사실 클리냥쿠르 지역은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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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Bonheur Archive

무엇보다 앤티크 가구가 주를 이루는 다른 곳과 달리 오래된 LP, 아트 포스터, 고서적, 빈티지 액세서리 같은 구매하기 쉬운 것들을 팔고 있어 벼룩시장 입문자들도 부담 없이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생투앙 벼룩시장을 처음 갔던 날, 잿빛 파리 겨울에 잠시 드리운 햇살 같다 생각했다.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사는 클리냥쿠르는 맑은 날에 가도 가끔 무서울 때가 있는데 벼룩시장 근처는 상인, 파리지엔, 여행자들로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졌다. 낯선 동네에 잔뜩 긴장한 몸과 마음을 녹이고, 나도 모르게 가진 편견의 시선을 지워낼 수 있는 온기. 나에게 생투앙 벼룩시장은 사람들의 온기 속에 피어난 파리의 낭만을 일깨워 준 곳이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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