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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Aug 24. 2023

너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
<베이비 드라이버>

씨네아카이브 23. 무더위를 날려버릴 질주 Part.1

나는 무더위를 극복하고 싶을 때면 카 체이스 장면이 돋보이는 영화를 찾아서 본다. 시원하게 질주하는 자동차를 보고 있으면 묘한 쾌감과 함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 더위도 함께 달아날 것 같다. 무더위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한여름의 끝자락에 기록하는 23번째 씨네아카이브는 카 체이스 장면이 돋보이는 영화 중 좋아하는 작품 2편을 골랐다.


"씨네아카이브 Issue 23. 무더위를 날려버릴 질주" 전문 읽기



<베이비 드라이버 (Baby Driver)>, 에드가 라이트, 2017년 개봉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베이비 드라이버>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작품으로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노미네이트 목록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 음악을 훌륭하게 활용한 작품이다. 특히 감독의 플레이리스트를 엿보고 싶을 만큼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박진감 넘치는 추격신, 액션신, 각종 효과음과 어우러져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엄밀히 따지면 음악 영화가 아님에도 주인공 베이비가 늘 음악을 듣고 있기 때문에 영화 속 음악을 찾아서 듣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중 한 사람이 접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베이비 드라이버> 집필에만 18년이 걸렸다고 밝혔는데 긴 시간 동안 각본을 집필하면서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이 된 것으로 아이팟을 꼽았다. ‘깨어있는 동안 언제 어디서든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아이팟의 기능’을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음악으로 가득 채우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여기에 책 <뮤지코필리아>에서 귀울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음악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서술한 내용을 보고,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이명을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모든 사람이 ‘베이비’라 부르는 청년 드라이버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영화 제목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앨범 [Bridge Over Troubled Water]의 수록곡에서 따왔다.


주인공 베이비 역에는 감독이 염두에 둔 배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녕, 헤이즐>의 안셀 엘고트가 여러 번에 걸쳐 오디션을 보러 오는 등 작품에 대한 열정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여 캐스팅되었는데 안셀 엘고트는 ‘안솔로’라는 이름의 DJ로도 활동하는 등 음악에 대한 애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독 역시 이에 감흥해 캐스팅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이외에도 릴리 제임스, 케빈 스페이시, 제이미 폭스 등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이 합류하여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귀신같은 운전 실력과 플레이리스트를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긴 그에게 음악은 필수로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의 그녀 ‘데보라’를 만나게 되면서 베이비는 새로운 인생으로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같은 팀인 박사, 달링, 버디, 배츠는 그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데... 과연 베이비는 팀원들의 손에서 벗어나 데보라와 함께 새 출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속 세상은 모든 것이 음악에 맞춰 진행된다. 마치 음악이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하나의 캐릭터 역할을 하는 것 같달까. 영화 내내 명곡에 맞춰 연출된 시퀀스들은 흘러나오는 음악의 리듬과 박자에 딱딱 맞아떨어진다.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요한 만큼 감독은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4년 전부터 30여 개의 곡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를 작성해 대본에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또한 자동차 액션부터 인물들의 움직임까지 영화의 모든 요소에 음악을 맞춰 연출하기 위해 시아의 ‘샹들리에’ 뮤직비디오 안무를 맡은 ‘자리언 헤핑턴’의 조언을 얻고, 배우들이 대본을 읽는 동안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장면에 맞는 리듬을 몸으로 읽힐 수 있도록 대본을 태블릿 PC로 전달했다고.


<베이비 드라이버>는 스토리가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다소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에 “러닝타임을 꽉 채운 음악”과 “이명으로 늘 이어폰을 꽂고 음악과 함께하며 모두가 ‘베이비’라 부르는 청년 드라이버 캐릭터”가 더해져 영화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베이비는 ‘장난기 많은 소년 같은 면과 어떤 순간에도 나를 지켜줄 것 같은 강인한 남자 같은 면’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안셀 엘고트가 완벽하게 표현,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베이비를 완성시켰다. 반대로 생각하면 스토리가 단순하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과 캐릭터가 더 돋보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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