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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Oct 12. 2023

단짠로맨스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씨네아카이브 26. 사랑하고 싶은 런던의 가을 Part.2

가을 타서 괜히 센치해진 마음을 달래고 몽글몽글 달착지근한 감성 끌어올리기에는 로맨스 영화만 한 게 없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일부러 로맨스 영화를 많이 찾아보게 된다. 호불호 없이 모두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로맨스 영화를 고르다 보니 의외로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로맨스 명가로 불리는 ‘워킹 타이틀’의 작품들이 리스트 상단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기승전 발행인 마음이지만…) 알고 보면 런던은 파리보다 더 사랑하기 가장 좋은 도시였을지도.


로맨스 영화는 남녀가 만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랑의 결실을 맺는 과정을 통해 결국은 서로 사랑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며 그 간극이 벌어질수록 마침내 두 사람이 이어지는 결말의 판타지 역시 커지는 장르다. 사실 로맨스 장르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의 사랑이야기지 장소는 아니지만 두 사람이 만나고 함께하는 곳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낭만과 판타지를 배가시킬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런던은 사랑하고 싶은 도시로 충분하다. 26번째 씨네아카이브는 런던을 배경으로 때로는 로맨틱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 2편을 소개한다. 런던 로맨스 바이블 <노팅힐>에 이은 두 번째 추천작은 핑퐁처럼 통통 튀는 찐 으른(?)들의 현실 로맨스를 그린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이다.


"씨네아카이브 26. 사랑에 빠지고 싶은 런던의 가을 (영화로 떠나는 여행 ep.3)" 전문 읽기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Man Up), 벤 팔머, 2015년 개봉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재간둥이 포지션을 맡고 있는 사이먼 페그와 볼수록 매력적인 레이크 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개봉 기간이 짧아 생소한 이들도 많을 것 같다. 발행인 역시 OTT의 바다에서 방황하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작품이다. 심지어 원제목과 국내 버전 제목의 간극이 커서 더 낯설게 느껴지는데 원제목은 <Man Up>으로 ‘책임감 있게, 남자답게 행동하자’는 의미로 주인공 낸시가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내뱉는 말이기도 하며 지나간 사랑의 아픔을 극복하고 마침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함축적으로 의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로맨스’ 장르에 맞춰 제목을 좀 더 유하고 로맨틱하게 바꾼 것 같다.


장르적인 클리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영국 특유의 유머가 가미되어 보고 있으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생각보다 꽤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와 달리 주인공들이 엄청난 미남 미녀가 아니란 점도 영화 속 캐릭터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로 사이먼 페그의 유머를 무척 사랑하는 팬으로서 볼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레이크 벨과의 케미가 돋보여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두 사람의 팬이 될 수밖에 없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오랫동안 만났던 남자친구로부터 한순간 이별을 통보받고 오랫동안 연애 지수 0% 상태로 지내온 ‘낸시’는 부모님의 결혼 40주년 파티에 가는 기차 안에서 얻게 된 책 한 권 때문에 만나게 된 ‘잭’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다. 그리고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잭의 가짜 소개팅녀 행세를 하고, 두 사람은 런던에서 생애 최고의 유쾌한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나 낸시 앞에 나타난 동창으로 인해 거짓말로 시작된 데이트는 위기를 맞게 되는데... 솔직 발랄을 넘어 발칙한 낸시와 잭의 만남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은 사랑에 아픔을 가진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진정한 짝을 이루게 되는 하루 동안의 일을 그리고 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라는 로맨스 장르의 큰 틀 안에 영국식 유머를 적당히 버무린 유쾌한 영화로 가볍게 보기 좋은데 그렇다고 영화가 마냥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종일관 핑퐁처럼 주고받는 낸시와 잭의 대화 속에 남녀가 만나 평생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명적인 만남이나 극적인 로맨스보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취향 그리고 대화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팅힐>이 런던을 배경으로 연애 감성 판타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는 로맨스 영화의 정석이라면,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은 볼꼴 못 볼 꼴 다 보고도 결국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콩깍지 완벽하게 벗겨진 지나치게 현실적인 으른(?)들의 사랑이야기로 두 영화를 모두 보고 나면 런던 로맨스의 단짠 조합을 경험한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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