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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Feb 08. 2024

팀 버튼이 바라본 <빅 아이즈>

씨네아카이브 34. 장르가 곧 팀 버튼 Part.2

34번째 씨네아카이브는 팀 버튼.  <웡카> 보기 전 오랜만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다시 보고 난 후 즉흥적으로 주제를 골랐다. 팀 버튼 하면 판타지 영화나 기괴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되지만 추천작으로 고른 작품은 팀 버튼만의 색채가 거의 묻어있지 않아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팀 버튼 영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씨네아카이브 34. 장르가 곧 팀 버튼' 전문 읽기



<빅 아이즈 (Big Eyes)>, 팀 버튼, 2014년 개봉


(출처: 영화 스틸컷)


<빅 아이즈>는 화가 마가렛 킨의 실화를 다룬 전기 영화로 팀 버튼의 색채가 거의 가미되지 않았는데 의외로 감독이 마가렛 킨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던 것을 계기로 영화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팀 버튼 감독의 두 번째 전기 영화이기도 한데 첫 번째는 실제로는 저평가받았으나 팀 버튼에게는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영화감독 ‘에드워드 우드 주니어’를 다룬 <에드워드>다.


마가렛 킨은 1950-6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작품 ‘빅 아이즈’의 원작자로 그녀의 남편 월터 킨을 통해 작품이 유명해졌다. 그러나 마가렛이 남편을 고소하기 전까지는 원작자가 월터로 알려져 있었는데 1986년 마가렛이 저작권을 되찾기 위해 남편을 고소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월터 킨은 일평생 화가를 꿈꾸었던 좋게 포장하면 허풍쟁이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사기꾼이다. 그래도 영업 감각(?) 만큼은 뛰어났는지 그림뿐만 아니라 빅 아이즈를 활용한 포스터와 같은 아트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일종의 대중 미술 상업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래도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사기꾼…)


영화는 스토리도 흥미진진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몰입도가 뛰어나다. 특히 월터 킨을 맡은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가 어마어마한데 너무 얄미워서 한대 콱 쥐어박고 싶은 연기를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것 같다. 주인공 마가렛을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는 <빅 아이즈>로 골든 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팀 버튼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카터가 출연하지 않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서인지 작품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출처: 영화 스틸컷)


남편과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우는 마가렛은 우연히 만난 월터 킨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월터는 마가렛이 그린 독특한 그림 ‘빅 아이즈’를 미술계에 팔기 시작하고 작품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다. 마가렛은 월터 덕분에 부와 작품에 대한 명성을 얻지만 사람들과 자신의 딸 앞에서까지 ‘빅 아이즈’의 화가 행세를 하는 윌터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남편의 위협과 여성 화가가 설 자리가 없다는 두려움으로 오랜 세월 대리 화가로 숨어 지내던 마가렛은 ‘빅 아이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남편을 보고 그동안 숨겨왔던 모든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빅 아이즈>는 여성이 설 자리가 많지 않았던 1950년대 여류화가 마가렛 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가렛이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 데에는 작품의 대한 권리보다 딸에 대한 사랑이 가장 컸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작품의 영감이자 누구보다 가까웠던 딸에게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그리고 팀 버튼은 이러한 마가렛을 예술가이자 딸을 가진 어머니로서 바라보며 그녀의 삶을 그려낸다.


마리’s CLIP
“예술은 끌어올려야지 낮춰서 맞추는 게 아닙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대량 생산되어 소비되는 예술을 진정한 예술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된다. 월터는 미술계의 홀대에 반감을 품고 대중들의 인기에 집착하는데 성공에 도취된 월터는 마가렛에게 박람회를 위한 그림을 강제로 그리게 하고 영혼 없이 완성된 작품은 ‘빅 아이즈’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평론가로부터 조롱을 받는다. 월터는 “사람들이 빅 아이즈를 좋아한다고 자동으로 나쁜 것이 되는 것이냐 ” 따져 묻고 평론가는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예술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예술은 끌어올려야지 낮춰서 맞추는 것이 아니다 ”라고 답하는데 해당 지점을 통해 예술의 가치는 대중성보다 창작의 본질에 따라 나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가렛과 월터가 ‘빅 아이즈’를 대하는 가장 큰 차이는 월터는 ‘팔아야 하는 대상’, 마가렛은 ‘자신의 일부’로 여긴다는 점이다. 마가렛은 남편의 요구와 대중들의 소비량을 따라가기 위해 반복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거다. 그래서 박람회 출품작은 같은 사람이 그렸지만 소위 말하는 ‘영혼 없는 그림’이 되어버린 것 아닐까.


<빅 아이즈>는 마가렛 킨의 실화를 통해 1950년대 여류화가로서 겪어야 했던 사회적 제약, 딸을 지키기 위한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대량생산이라는 화두와 맞물린 예술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로 고민해 볼 지점을 제시하는 꽤 철학적인 영화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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