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 May 10. 2024

무해함이 차오르는 가족영화 5편

씨네아카이브 40. 전체관람가 힐링 가족영화 BEST 5

3주 만에 남기는 씨네아카이브는 가정의 달에 걸맞은(?) 전체관람가 가족영화 특집! 예전에는 5월이나 연말이면 가족단위 관람객을 겨냥한 영화가 많이 개봉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블록버스터나 마라맛 영화가 극장을 메우기 시작하면서 온 가족이 ‘마음 편하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기 힘들어진 것 같다. 어떤 영화를 보느냐는 개인 취향에 따른 선택이지만 특정 관객 만을 위한 영화 말고 각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블록버스터만의 매력이 있듯 가족 영화 역시 그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지고 볶으며 싸우다가도 힘들 때면 가족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처럼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의미를 깨닫게 하는 가족 영화야말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힐링 영화의 든든한 구심점 아닐까. 보고만 있어도 무해함이 차오르는 기분 좋은 가족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언제나 그러했듯) 발행인 픽 전체관람가 가족영화 5편을 소개한다.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조나단 데이턴 & 발레리 페리스, 2006년 개봉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우선 <미스 리틀 선샤인>은 전체관람가가 아니라는 사실부터 밝혀야 할 것 같다. (이후 소개할 영화는 모두 전체관람가!)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욕설이나 불법적인 장면 때문에 미국과 국내 모두 15세 관람가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분류된 것 같은데 선택을 믿고(?) 꼭 보길 추천하는 작품! 제대로 되는 일 하나 없는 가족들이 막내딸의 미인대회 참가를 위해 떠난 여행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진짜 가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가족 로드 무비다. 800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로 제작했으나 탄탄한 각본과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1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뒀는데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제79회 아카데미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는 외삼촌 역할로 출연한 스티브 카렐만 익숙한 배우였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엄마 역의 프란시스 맥도먼드, 큰 아들 폴 다노, 막내딸 아비게일 브레스린, 할아버지 알란 아킨, 후버가의 가장 그레그 키니어까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좋을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던 작품이었다. 알란 아킨의 경우 해당 작품으로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아비게일 브레스린은 최연소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주인공인 후버 패밀리는 평탄을 넘어 평범함과도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가족들이 뭉치게 되는 구심점이자 유일한 햇살 올리브를 제외하고 각자 인생에 닥친 고뇌를 안고 캘리포니아로 향하고 수시로 닥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때로는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길을 찾고 투닥 대면서도 결국에는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올리브의 미인대회 참가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후버가의 화합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올리브의 미인대회 무대를 통해 이뤄진다. 영화는 가족 간의 화합뿐만 아니라 사회가 규정짓는 성공과 실패 그리고 미의 기준까지 날카롭게 꼬집으며 가족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결말 역시 굉장히 현실적이라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와닿는 작품이다.



<꼬마 니콜라 (Le Petit Nicolas)>, 로랑 티라르, 2009년 개봉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꼬마 니콜라>는 프랑스의 작가 르네 고시니와 삽화가 장 자크 상페의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동생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오해한 니콜라가 동생을 제거(?)하기 위해 학급 친구들과 벌이는 사건사고를 그린 소동극. 원작은 1959년부터 벨기에의 주간지 ‘르 무스틱’에 연재되어 인기를 얻으며 지금까지 사랑받는 프랑스어권 대표 만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 주인공 니콜라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로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화된 에피소드는 주간지 연재 종료 후 타 신문사의 요청으로 제작된 부활절 특집판을 바탕으로 하는데 특집판 역시 큰 인기와 함께 지속적으로 연재된 것은 물론 단편을 모아 5권의 책으로 출간되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동화 중 하나로 꼽힌다고.


원작의 명성으로 영화화가 쉽지 않았으나 2009년 마침내 성공! 원작에 충실한 스토리와 연출, 아역배우들의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고시니의 풍자와 상페의 그림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는데 단순한 원작의 모방이 아닌 두 작가의 특징과 감성을 되살리는데 집중하며 원작가의 딸로부터 “하나의 테마 아래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나리오”라는 평을 받았다. 주인공 니콜라를 비롯한 악동 친구들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 이 과정이 TV를 통해 중계되었는데 카메라 앞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기준으로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또래 아이들만이 가진 무해한 천진난만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 순진무구함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래전 프랑스 배경의 영화를 보면 체벌이나 훈육이 강압적이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작가들이 보냈던 유년 시절 역시 비슷했기에 본인들이 꿈꾸던 세계를 ‘꼬마 니콜라’를 통해 마음껏 구현했다고 한다. 니콜라와 친구들이 벌이는 소동이 때로는 경악(?)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마저도 아이들이기에 할 수 있는 상상력이고 말 그대로 소동이라 느껴지는 데에는 삽화가 장 자크 상페의 동화적 감성을 극대화시킨 그림체 덕분이 아닐까. 영화는 작가의 그림체를 파스텔톤의 색감, 시대배경을 살린 세트장,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천진함 등을 통해 영상에 옮겨 담으며 재탄생시켰다. 개인적으로 <꼬마 니콜라>는 풍파에 찌든 마음속 묵은 때를 씻어내고 싶을 때 떠올리게 되는 작품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감상해 보시길 추천하지만 현재 OTT에서는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재개봉이라도 어떻게 안 될까 싶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ㅠㅠ)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We Bought a Zoo)>, 카메론 크로우, 2011년 개봉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험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가 동물원이 딸린 집을 사게 된 후 동물원을 재개장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영국의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가 원작으로 소개한 영화 중에서 가장 휴먼 드라마의 전형적인 줄기를 따라 진행되는데 상실의 아픔을 겪은 가족이 치유의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믿을 굳건히 하고 사람과 사람이 교감하게 되는 모습이 훈훈하게 그려졌다.


일평생 모험을 쫓으며 살아온 벤자민 미 역은 맷 데이먼이, 동물원의 책임자 켈리 포스터 역은 스칼렛 요한슨이 맡아 티키타카 케미를 보여주었는데 이외에도 엘르 패닝을 비롯해 외화나 미드를 즐겨보는 이들에게 익숙한 배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동물원이 배경인 만큼 다양한 동물들도 등장하기에 동물 좋아한다면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 다트무어 동물원은 자연의 경이로움, 동물과 사람 사이의 교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의식까지 모두 담긴 공간으로 그려지는데 아이슬란드 출신의 밴드 시규어 로스의 신비로운 음악은 이러한 영화의 메시지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통해 시규어 로스를 알게 되어 OST도 사고 시규어 로스의 다른 앨범까지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음악이 정말 신비롭다.)


‘동물원이 딸린 집을 산다’라는 설정이 독특하지만 영화에서 묘사하는 벤자민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납득이 간다. 그는 ‘인생은 모험’이라 이야기하고 가족들도 그를 모험 중독자라 말한다. 지금까지 그의 모험은 기자로서 관찰자 입장에서 겪는 체험에 불과했다. 하지만 덜컥 동물원을 사고 사육사들과 동물들의 책임자가 되는 과정이야말로 실전이요, 주인공 시점의 진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벤자민의 진짜 모험 속에는 다트무어 동물원 식구들 개개인의 모험도 엮여 있고, 그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을 깨닫고 배우며 성장해 나간다. 영화는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사람 사이의 믿음이야 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사람과 동물 중 무엇이 더 좋냐’는 질문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고민해 보게 된다.



<패딩턴 (Paddington)>, 폴 킹, 2014년 개봉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패딩턴>은 영국의 동화작가 마이클 본드의 패딩턴 베어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닌 ‘말하는 곰 패딩턴’의 런던 정착기를 그렸다. 원작 동화의 경우 1958년 영국에서 첫 출간 후 지금까지 4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3,5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는데 영화 역시 개봉 당시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고. 흥행에 힘입어 속편이 제작되었고 역시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부쉈다.


패딩턴의 성공적인 실사화에는 쟁쟁한 스태프들의 노고가 숨겨져 있는데 <해리포터 시리즈>의 제작진을 비롯해 <그래비티>의 시각효과팀 등이 참여하여 ‘말하는 곰 패딩턴’의 완벽한 실사화를 완성했다. 가장 중요한 패딩턴의 목소리는 <향수>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벤 위쇼’가 맡아 천진난만한데 예의도 바른 패딩턴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패딩턴의 런던패밀리가 되어주는 브라운 가족으로는 샐리 호킨스, 휴 보내빌, 줄리 월터스 등이 출연했고, 1편에서는 니콜 키드먼이 패딩턴을 박제시킬 기회를 노리는 악역을 맡았는데 자신의 딸을 위해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속편의 악당은 휴 그랜트!)


패딩턴 앞에 나타난 브라운 가족은 평범해 보이지만 구성원 면면은 모두 개성이 넘친다. 아빠 헨리는 패딩턴을 데려온 날 주택보험 특약을 추가하는 등 가족들의 위험을 감지하는데 예리한 촉을 지녔다. 엄마 메리는 여전히 소녀 감성을 지닌 사랑스러운 인물로 패딩턴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보듬어 준다. 첫째 딸 주디는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 곰 언어를 습득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막내아들 조나단은 발명가의 자질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가정부 버드 할머니는 브라운가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로 이들의 각기 다른 개성은 패딩턴을 위기에서 구출해 낼 때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브라운 가족과 패딩턴의 인연은 패딩턴과 브라운 가족의 관계뿐만 아니라 브라운 가족 구성원에게도 세월에 무뎌져 잊고 있던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는데 <패딩턴>은 이번 시리즈의 취지라고 할 수 있는 ‘무해함이 차오르는 전체관람가 가족영화’에 가장 잘 부합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베카신! (Bécassine!)>, 브루노 포달리데스, 2018년 개봉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베카신!>은 시골소녀 베카신이 꿈의 도시 파리로 떠나던 길 저택에 입양된 아기 롤로트를 만나 보모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그린 모험담으로 프랑스 최초의 여성이 주인공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앞서 소개한 꼬마 니콜라나 패딩턴과 달리 처음 들어본 이들도 있을 것 같은데 땅땅(TinTin)이나 꼬마 니콜라 같은 그림체의 시초가 바로 『베카신 시리즈』! 1905년 주간지 연재를 시작으로 30년간 연재가 이어졌고 30여 권의 단행본이 출간되어 12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프랑스 국민 캐릭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브르타뉴나 노르망디 쪽에 가면 베카신과 관련된 기념품을 종종 볼 수 있다.


시리즈는 20세기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베카신의 모험들은 전화와 영화의 탄생, 자동차의 발전, 비행기 조종 등 20세기 유럽의 발전사와 함께한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당시의 전통적 여성상과 달리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베카신의 독보적인 캐릭터다.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중심인 만큼 영화화 과정에서도 베카신의 캐릭터와 원작의 스토리를 영상 언어로 옮기는 것에 집중했다고 밝혔는데 감독은 원작을 모두 분석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각본을 쓰되 베카신과 롤로트의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춰 주변 캐릭터를 각색하며 ‘브뤼노 포달리데스 만의 베카신’을 완성해 좋은 평을 받았다.


원작 시리즈가 20세기 근대 문화의 발전과 궤를 함께 하고 있는 만큼 영화에서도 관련된 장면들을 엿볼 수 있다. 돋보이는 건 무엇 하나 잘하는 게 없어 고민이었던 베카신에게 알고 보니 놀라운 발명가 기질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이다. 롤로트를 잘 보살피고자 만든 발명품들은 결정적 순간 관객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녀와 주변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다. 국내 관객들에게 프랑스 영화 속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대표 캐릭터로 손꼽히는 <아멜리에>와는 또 다른 사랑스러운 여성 캐릭터를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영화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영화 뉴스레터 ciné-archive

매거진의 이전글 이토록 유쾌한 중년 로코, 사랑은 너무 복잡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