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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여름에 떠나고 싶은 남프랑스의 매력적인 해안도시

마르세유 이프섬/프리울섬 &꺄시

by 마리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항구도시 마르세유. 파리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오래된 도시이자 역사가 깊은 만큼 도심 곳곳이 문화유산으로 가득하다. 300일에 달하는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맑은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닌 마르세유는 프랑스 사람들이 선호하는 휴가지로도 꼽힌다. 시릴 만큼 푸른 하늘, 작열하는 태양, 에메랄드빛 지중해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요트와 항구 주변을 가득 메운 색색의 파라솔 아래 노천카페는 마르세유를 유독 여름과 잘 어울리는 도시로 만들어 준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근교에는 마르세유 못지않게 매력적인 소도시도 많다. 그래서 준비해 봤다! (올여름엔 제발, 지긋지긋한 코시국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가오는 여름에 떠나고 싶은 남프랑스의 매력적인 해안 도시 3곳을 만나보자.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이프 섬 (feat. 프리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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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 구항구에서 보트로 10분 남짓 걸리는 이프 섬. 마르세유와 이프 섬은 해운대 앞바다에서 대마도가 보이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섬이 보일 만큼 가깝다. 이프 섬에 자리한 이프 성 (Chateau d'If)은 외부 침입으로부터 방어 기점 역할을 하기 위해 프랑수아 1세의 명령에 따라 건설되었는데 고도의 입지와 주변의 해류로 탈옥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정치범이나 종교범을 수용하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미지 02.jpg photo © Bonheur Archive

이프 섬이 유명해진 것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지로 등장하면서다. 1890년부터 감옥이 아닌 관광 목적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는데, 마르세유 구항구에서 이프섬으로 가는 투어 보트가 상시 운영된다. 보통 마르세유 구항구에서 이프 섬, 이프 섬에서 프리울 섬을 거쳐 다시 마르세유 항으로 돌아오는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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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 성은 감옥으로 쓰이던 곳이라 실제 수감되었던 유명 인사의 방이나,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관련된 것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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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성에서 내려다보는 이프 섬과 주변 풍경. 이프 섬은 마르세유에서 3.5km 거리로 이프 섬에서는 마르세유가, 마르세유에서는 이프 섬이 보이는 가시거리 안이라 높은 곳에 오르면 마르세유 해안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썸네일.jpg photo © Bonheur Archive

이프 섬보다 더 추천하고 싶은 곳은 프리울 섬(Ile Frioul)으로 몇 년 전,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프랑스 편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프리울 섬은 이프 섬보다 규모도 더 크고, 항구 주변에 빌라와 레스토랑, 편의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바캉스 내내 섬 안에서만 휴가를 보내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다. 특히 '칼랑크'라는 독특한 지형을 끼고 만들어진 해변은 프리울 섬의 해수욕 포인트 중 하나다.



남프랑스의 숨겨진 보석 꺄시 (Cas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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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 근교 해안 도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꺄시를 말한다. 여름휴가지로 마르세유를 골랐던 이유도 오로지 꺄시에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꺄시의 칼랑크 사진 한 장이 나를 꺄시 앓이를 넘어 마르세유를 거쳐 꺄시로 향하게 만들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레테리크 메스트랄은 "파리를 보았지만 꺄시를 보지 못한 이는 아직 프랑스를 보지 못했다"라고 극찬했다고 하니, 꺄시에는 모두가 꿈꾸는 파리의 낭만을 뛰어넘을 아름다운 무언가가 분명히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달까. (그리고 나의 무모한 환상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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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에서 꺄시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이라고는 온통 바위산뿐이라 내가 보았던 사진 속 풍경이 나오긴 할까 의구심이 든 것도 잠시, 꺄시에 도착하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에 한 번,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절경에 또 한 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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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시를 찾는 사람들은 (감히 말하건대) 모두 칼랑크(Calanques)를 보기 위함이다. 칼랑크는 꺄시에서 마르세유까지 프랑스 지중해 연안을 따라 펼쳐진 자연지형으로, 해안절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만을 말한다. 칼랑크마다 이름이 붙어 있고, 전체적인 풍경은 비슷하지만 만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다. 가장 유명한 곳이 '포트 미우(Port Mi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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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부르주아들이 도빌로 휴가를 떠난다면, 마르세유의 부르주아들은 아마 꺄시로 휴가를 떠나지 않을까. 칼랑크 마다 개인 요트를 띄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이 꺄시로 휴가 온 각국의 부르주아일 확률이 크다. 마음으로는 이미 나도 요트 한 척 띄우고 유유자적 칼랑크를 옮겨 다니는 럭셔리한 투어를 즐기고 있었지만 때로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이성도 필요한 법이라 아쉬운 대로 꺄시 항구에서 운영하는 투어를 이용했다. 칼랑크는 등산으로 걸어서 접근하거나 배를 타고 바다에서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배로 돌아보는 투어의 경우 시간대 별로 꺄시 항구 근처에서 탑승할 수 있고, 깔랑크 포인트를 몇 군데나 보느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이미지 11.jpg photo © Unsplash

칼랑크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물(해변)에서 혹은 육지(트래킹)에서. 투어 보트를 타면 꺄시 항에서 출발해 적게는 3개, 많게는 5~7개의 칼랑크를 보고 오는데, 투어 보트는 만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에 해수욕은 할 수 없다. 칼랑크 해변은 바다지만 파도가 치지 않는 지형 특성 덕분에 물결이 잔잔해서 수영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흡사 자연이 선물한 천연 수영장이랄까. 해수욕을 즐기고 싶다면 개인 요트를 타고 접근하거나, 프라이빗 요트를 빌려야 한다. (찾아본 바에 따르면 프라이빗 요트도 금액이 어마어마하고, 거의 1년 전부터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칼랑크 국립공원을 통해 트래킹으로 해변에 접근하는 방법도 있는데 트래킹은 1~2시간가량 돌산을 오르내려야 하므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자연보호를 위해 주변에 편의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심지어 화장실도 없다) 물과 음식, 해수욕을 위한 수영복과 타월을 모두 챙겨 가야 한다. 과정은 험난하고 힘들지만 에메랄드빛 바다를 따라 즐기는 트래킹은 칼랑크 투어의 또 다른 묘미라 일부러 트래킹 코스를 찾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산과 바다가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룬 꺄시의 풍경을 보면서 문득, 사람이 만들어 낸 조경은 결코 자연이 빚은 절경에 비할 바가 못하단 생각이 들었다. 꺄시는 바다와 산, 소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매력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곳으로 꺄시의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 '꺄시를 보지 않았다면 프랑스를 본 것이 아니다'라는 말에 공감하게 될 수밖에 없다.


Reference

본 글은 매일경제/네이버 여행+ CP 8기 활동으로 제공한 원고입니다.

글의 내용 및 사진의 저작권은 필자 및 여행+에 있으며 내용의 일부 및 문체는 여행+에서 변경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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