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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경 Jun 29. 2020

불면증

그 밤엔 아직 밤이 찾아오지 않았다.


새벽 2시 29분.

그날따라 잠이 들지 못했다. 생각이 꼬리를 물거나, 피로감이 절정에 다다를 때면 종종 그렇다. 그나저나 베개의 솜이 뭉쳐져 있는 건지 품에 맞지 않아 몇 번을 뒤척였다. 후덥지근한 여름 공기에 절여진 이불속이 못내 답답해 발로 댕강 차냈다. 이래도 밤잠은 나를 찾아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암막 커튼을 젖혔다. 활짝 열린 창문 사이로 강렬한 빛이 새 나왔다. 오렌지를 덥석 삼킨 광야의 빛이 방안을 벌겋게 달궜다.


우리 집은 높다랗게 줄지어진 도시의 새 아파트다. 창문에는 파릇한 식물 대신 어느 집의 담벼락이나 건물의 외벽만 비칠 뿐이다. 그런 창으로 기지개를 켜는 일이 억울하지만 소소한 일상이다.

이곳엔 낮과 밤이 매 한결같다. 태양이 비치는 한낮의 작열함과 간판의 자극적인 빛깔은 꽤나 흡사하다.

그래선지 밤에는 유독 창문에 덕지덕지 붙은 밤빛의 가식들이 어우러지고 만다.


잠이 들지 않는 그날 밤도 단단한 빛이 창을 뚫고 쏟아졌다. 그것들은 모두가 잠든 시간인데도 배려할 마음이 없다는 듯 우쭐거리며 어둠을 쫓았다. 그렇게 내게 찾아온 밤도 멀리 내쫓아버렸다.

한낮의 태양빛은 그나마 포근하고 따스하기라도 한데, 새벽을 밝히는 빛에서는 어디에도 눈을 둘 수가 없다. 시리고 따갑기만 해서 곧장 외면하고 만다.


그때 마침 적막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 경적소리가 고막을 흔들었다. 요란하게 울려대는 도시의 소음은 낮에도 밤에도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더구나 새벽녘에도 이런 소리를 견뎌내야 하다니, 나는 다시 베개를 흔들었다.

가만히 얼굴을 묻고 창밖의 어쭙잖은 기운을 몸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어찌어찌해도 잠 못 드는 새벽, 밤엔 아직 밤이 찾아오지 않았다.

어둠이 밤인 줄 모르고 길을 헤매는 게 분명했다. 도시에서 쏟아져 나오는 눈 시린 빛들로 나의 밤도 아직까지 헤매고 있는 게 분명했다.

부디 고요한 어둠이 에 찾아올 수 있기를, 그날 나는 숨죽이게 비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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