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드는게 아니라 먹는거다.

13아들이 알려준 나이 먹기.

by 본조잘


어느 주말 아침 이제 6학년이 되는 아들이 거실에 앉아
노래처럼 멜로디를 붙여 외치고 있었다.

"나이는 드는 게 아니라 먹는 거지요~ 나이 드는 게 아니라 나이는 먹는 거예요~~"

그저 웃음이 나왔고 처음엔 그저 '뭔 소리야~' 하는 생각과 함께 시끄럽다고 한 소리 할까 하다가 계속 반복되는 그 소리에 이내 마음이 붙들렸다.

그 소리가 묘하게 일리 있게 들렸다고나 할까?

별것 아닌 것 같은 그 소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나이 든다는 표현보다는 나이 먹는다는 표현이 한 살 한 살 늘어가는 나이 듦을 공허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아니라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어딘가 모르게 묘하게 오래되고 낡았으며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드는 시간의 느낌'이 담겨있다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떠서 입에 넣는 마치 식욕과도 같은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별 것 아닌 아이의 그 외침이 나에게는 마치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같은 느낌으로 머릿속을 크게 강타하는 기분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나는 항상 나이 들어감에 있어서

'시간은 왜 이리 빨리 흐르는가'
'벌써 이만큼 나이 들었구나,,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이 지배적이었고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연말이나 새해는 설렘이 아니라 공허함과 무뎌짐으로만 느껴졌었다.

올해도 변함없이 그런 생각들로
'또 한 해가 시작되었구나.. 이러다가 또 1년이 훅 지나가겠지?' 하며 기대도 없고 별다를 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내게 그 한 문장이 나를 깨어나게 했다.

어차피 늘어가는 숫자라면 나이에 끌려가며 들어갈게 아니라 올해의 나이는 양념도 치고 숙성도 시키며 맛있게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저 웃음이 나며 혼자 키득거리게 되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이나 재료를 앞에 두고 맛있게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항상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며 인생이 즐거울지 따분할지는 생각의 한 끗 차이가 결정짓는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는데 시끄럽다 생각했던 아이의 그 말에 생각을 전환시킬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맙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올해는 나에게 어떤 맛으로 기억될까?
혹은 다양한 맛을 느껴가며 어떤 맛이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짜거나 씁쓸하면 그저 그런대로 내가 조금 더 간을 더하고 조미료도 한 꼬집 넣으며 맛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결국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일지는 인식의 차이다.
올해의 나의 나이 듦을 먹는 것으로 바꿔보는 순간 차곡차곡 쌓여만 가는 짐스러운 숫자들이 내가 잘 조리해야 할 인생의 재료로 느껴졌다.

나이 듦은 멈출 수 없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

이제 나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우울감과 무력함이 불쑥 올라와 무의식적으로 서글프게 느껴질 때마다 아마도 아이가 불렀던 우스꽝스러운 그 멜로디가 떠오를 것 같다.

'그래 나이 들지 말고, 맛있게 잘 먹어보자!!' 하며 무력한 감정들을 떨쳐낼 수 있는 주문을 외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글이 언젠가 나이 들어가며 서글퍼질 아들의 그 순간에 13살을 맞이하던 너의 그때의 흥얼거림에 엄마가 느꼈던 이 감정과 생각들을 읽어보며 본인의 나이 들어감을 그저 슬퍼하지 말고 그때 너의 말처럼 너만의 방법대로 맛있게 잘 먹어가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