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하루
응급실에서 일하는 동안은 잘 알지 못했다.
매일의 일상이었기 때문에 누군가 다치고 죽는 일이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나의 하루하루가 되었고 인생의 한 챕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멀어지고 나니 그때의 경험들과 함께 많은 것이 내 안에 몰려들어왔다.
삶이 얼마나 예측할 수 없고, 어떤 순간들은 준비할 기회조차도 없이 찾아오는지 말이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것, 남의 이야기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일들이 나의 일부가 되었다.
그 시간들이 내게 남긴 것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단순한 마음가짐이었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모이고 모여 가장 큰 선물이 된다. 가치 있고 소중한 것 들은 때로는 그 당시에는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야지 진정으로 빛이 나고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내게 주어진 오늘이다. 평범하고 별일 없는 하루가 아니라 그 시간들이 모여 진정으로 가치 있고 소중해진다는 것이다.
커다란 변화와 기쁨은 자주 오지 않지만
작은 행복은 매일 옆을 스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멍 때리며 홀짝거리는 커피 한잔이 충분히 가치 있고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일은 오늘과 같을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일들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어떤 생각으로
내 하루를 바라보는지는 결국 내 삶의 방향을 만든다.
의미 없고 별 볼일 없는 시간이란 없다.
그 시간들이 쌓여 나의 인생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가장 중요했다.
나를 지키고 이해할 수 있어야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나를 몰아붙이고 믿지 못하면 어떤 관계에서도 온전히 따뜻해질 수 없다. 나를 이해하고 알아갈수록
타인이 보이고 그들의 마음이 보이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
화려한 말로 꾸미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붙잡아주는 작은 기준이 되었다.
이따금씩 내가 흔들릴 때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에 어둠이 깔릴 때 나를 다시 굳건히 버티게 해 주는 내 인생의 베이스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에서도
이러한 기준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고 알아가보려 한다.
기록하며 알아가고 이야기하는 나의 이 시작은
누군가를 위해서 라기보다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제는 나를 소모하며 무언가를 하기보다 나를 드러내고 생각을 조잘조잘 표현하며 인생을 풀어가고 싶다. 그 표현 속에 누군가와 마음이 닿고 함께 공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음 화에서는 나의 기억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의 이 글을 끝까지 함께 해준 모든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평온하고 편안한 하루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