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것 같은 불안 앞에 내가 했던 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어떤 날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위축되게 만들고 마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처럼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런 느낌은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 심장이 마구 뛰고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가슴에 돌이 얹힌 듯 답답하고 죽을 것 같은 느낌.
그 느낌과 생각들이 이성을 뛰어넘어 나를 옭아맬 때 우울과 공황장애가 된다.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시도하는 케이스들을 여럿 보았다. 감히 이해할 수 도 없었고 안타깝기만 했던 일들이었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인가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과 불안이 찾아왔었다. 갑작스럽게 말이다. 그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힘들고 지쳐있을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오죽했으면... 하는 마음.
다음날 오후 출근을 앞두고
편하게 잠을 자고 있어야 했을 새벽 시간 때였다.
나는 계속 잠을 설치고 있었고 자야 한다는 강박과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떤 걱정과 불안이 충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잠이 오기는커녕 정신은 더 맑아지고 있었고 흐르고 있는 시간 속에 새벽 3-4시가 넘어가면서 호흡이 가빠질 만큼 심장은 더 빨리 뛰기 시작했고 가슴이 답답했다.
숨이 안 쉬어질 것 같은 답답함.
맥박을 재보니 빠르긴 했지만 이상이 있을 정도의 빠름은 아니었다. 신체적인 문제가 아닌 것을 확인했지만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고
그냥 밖으로 뛰쳐나가고만 싶은 충동만 느꼈다..
'에라 모르겠다 안 자고 말지..' 하는 마음으로 환하게 불을켰고 영화나 보자 하고 컴퓨터를 켰지만 그것 또한 집중이 되지 않았고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었다.
알 수 없는 불안과 답답함만 나를 짓누르는 느낌.
그러다가 옆에 있던 노트를 펼치고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과 불안, 답답함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주어도 없고 말도 안 되지만 무작정 그렇게 써 내려갔다.
답답하다. 죽을 것 같다. 뛰쳐나가고 싶다.
그런데 밖이 너무 어둡다. 지금 나가면 부모님이 깨실 텐데..
나는 왜 그러지? 이유가 뭘까? 그냥 답답하다 불안하다...
머리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
그러다가 문장이 되었고
전혀 인과 관계가 없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무작정 써 내려갔다.
노트의 줄을 맞춰 적을 필요도 없었고 내키는 대로
갈겨 내려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더 이상 쓸 말이 없었고 내가 적었던 글을 쭉~~ 읽어보자니
'이게 뭐야?' 싶었다.
오글거림이 더 컸다고 해야 하나?
밖을 보니 이미 해가 뜨고 있었고 노트에 그대로 글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쓴 글을 찢어서 조심히 밖으로 나가
마당 한구석에서 태워버렸다.
그 순간엔 머리에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냥
텅 비워진 느낌이었다.
깨끗하게 비워진 느낌이라는 게 맞을 것 같다.
내가 쓴 글이 까맣게 재가 된 것을 확인하고 야무지게 빗자루로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담아 버리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오후 출근 전까지 푹 자고 일어나 개운하게 출근했던 그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가끔 우리를 짓누르고 무력함을 느끼게 하는
실체 없는 걱정과 불안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하지만 걱정과 불안이라는 것 자체가 실체가 없는 것이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맞다.
내가 무력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정상인 것이다.
그럴 바에야 털고 일어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생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 순간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나만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순해도 좋고 별것 아니어도 좋다.
불안과 걱정 막연한 부정감은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게나 몇 번이고 찾아온다.
삶이라는 것이 녹록지 않으므로..
누군가에겐 슬럼프, 또는 번아웃, 우울 또는 공황장애..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겠다.
스스로든 누군가의 도움이든 중요한 것은 그 중심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적 압박과 불안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기대와 실망, 상처, 치유 이런 과정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만의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동안 지겹도록 겪는 감기처럼 그때그때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면역력을 갖고 정상을 되찾았다가 또다시 감기에 걸리고 하는 것처럼말이다.
지금도 불안은 여전히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이제는 안다.
나만의 방법으로 불안을 비워내고
내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다음 글에서는 그 방법들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