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봉 협상의 특징과 문화
프랑스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국과 정말 다르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바로 연봉 협상 문화입니다.
한국에서는 입사 동기들이 대체로 같은 연봉을 받고,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제잖아요. 승진을 하면 그 직급에 맞는 연봉을 받게 되는 구조로요.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연봉이 개인별로 협상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동일한 직급이나 입사 연차라도 출신 학교, 교육 수준, 경력 등에 따라 연봉이 천차만별이에요. 또한 연봉이 자동으로 인상되지 않기 때문에 매년 연봉 인상을 위해서는 개인이 직접 협상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성과와 시장 가치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인지 프랑스 회사에 입사할 때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연봉 협상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기본은 ‘정보 싸움’
프랑스의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 즉 grille(표)가 있어서 교육 수준, 출신학교, 경력 등에 따라 기본 연봉 수준이 정해져 있어요. 이런 기준을 잘 파악하고, 나와 비슷한 조건의 사람들이 동일 업계에서 어느 정도 연봉을 받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게 중요해요. 한국에서는 연봉을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연봉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비교적 개방적이에요. 동료나 지인들과 연봉 정보를 공유하며, 이를 바탕으로 협상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같은 학교 출신 동기들이나 업계 지인들이 어느 정도 연봉을 받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쉬운 편이에요. 또한, 프랑스 및 글로벌 기준으로 동일 업계/직무의 평균 연봉을 Glassdor, Welcome to Jungle, LinkedIn Salary 등을 통해 파악할 수도 있어요. 회사마다 규모나 성격, 산업 분야에 따라 연봉 수준은 달라지지만, 어느 정도의 기준점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 연봉 협상, 특히 입사할 때가 정말 중요해요
사실 연봉 협상은 매년 연봉 인상 시즌에 기회를 노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입사할 때의 협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번 협상이 끝나고 나면, 특별한 성과를 내지 않는 이상 갑자기 연봉을 20~30% 이상 올리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 제 프랑스 친구 한 명은 지방에 본사를 둔 화장품 대기업에서 적은 연봉으로 일을 하다가, 5년 만에 구글로 이직했는데요. 업계도 바뀌고, 5~6번의 면접 절차를 거쳐 능력을 입증한 덕분에 연봉이 300% 인상됐다고 하더라고요. 반면, 다른 친구는 금융 쪽에서 5년 정도 경험을 쌓은 뒤 프랑스에서 MBA를 마치고, 같은 업계의 프랑스 회사에 입사할 때 연봉 협상을 너무 프리하게 진행했어요. 결국 이전보다 훨씬 낮은 연봉으로 입사하게 됐고, 협상이 쉽지 않아 결국 1년 만에 다시 이직한 사례도 있답니다.
저는 대학졸업 후 취업한 회사를 그만두고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으러 와서는 업계를 전환해 현재의 회사에 입사하게 됐어요. 예전에 한국에 있는 프랑스계 회사에서 일할 때, 연봉이 다소 낮은 편이었는데, 그때의 연봉을 베이스로 협상하기는 싫었거든요. 동종 업계에서 일한 경력은 없지만, 대신 그 사이 MBA 학위를 마쳤고, 재취업을 선택한 회사는 스타트업이라 적은 인원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인 점을 들어, 제가 5년 차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봉 협상을 했습니다. 동종 업계에서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의 연봉으로 합의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에게 연봉은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니었어요. 저는 같이 일하는 동료, 회사 분위기, 복지, 워라밸, 일의 가치와 즐거움이 더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예전에 한국에서 프랑스계 회사를 다니며 배운 건, 연봉이 아무리 중요하지 않아도 결국 내 역할과 가치를 반영하는 지표라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연봉 협상이 결코 소홀히 할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프랑스에서 일하면서 느낀 연봉 협상의 문화, 그리고 한국과의 차이를 보며 다시 한번 “협상력”의 중요성을 절감합니다. 혹시 프랑스나 유럽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입사 전 연봉 협상을 꼭 준비하시길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