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연발, 완전하지 않은 20년째 영어
20년째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닥 자신이 없다.
조용한 편이고 말이 많은 타입이 아니다.
캐나다에 머문 시간과 반비례해서 영어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너무 초급도 아니고 중급도 아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영어실력이 나온다.
얼마 전, 일터에서 주문을 받다 메뉴가 다 떨어졌다는 말을 하려다
나는 왜 그토록 고집스럽게 ‘out’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었을까.
간단히 sold out이라고 했으면 되었을 것을.
나는 그만 out of order라고 황당무계한 말을 하고 말았다.
out of order라니? 고장 났다는 말을 왜....
We're out of it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order라는 단어가 나와 낯 뜨거운 실수를 하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작은 목소리 덕에 손님은 order를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얼버무려 지나간 상황은 곱씹어 생각할수록 부끄러워진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 실수는 한동안 머릿속에 계속 남았다.
다음번 주문을 받을 때도 나는 그 말에 유난히 신경을 쓰며 입을 연다.
한 번 입에 붙은 관용어가 맞지 않는 상황에 튀어나올까,
자연스럽게 말조심을 하게 된다.
20년 동안 쌓아온 내 영어는 필요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조용한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도 하고 때론 필요에 의해 말싸움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인 스몰토크는 여전히 능숙하지 않다.
영어도 성격을 닮아가는 걸까?
익숙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실수가 있을지라도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낯선 상황은 나를 위축하게 만들고 실수를 만들어낸다.
완벽한 영어는 아닐지라도, 그동안 내가 애써온 시간들은 분명히 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20년 전보다는 더 자연스러운, 나만의 제2외국어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스스로를 한 번쯤 긍정해 본다.
영어는 아직도 울렁거리지만, 그 울렁거림 또한 내가 이곳에서 살아온 시간의 일부라는 걸 안다. 아마도 앞으로의 기록들 역시, 이렇게 서툰 언어와 함께 이어질 것 같다.
@마음 서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