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묘년인 2023년이 되면 예순다섯 살이 된다. 젊지도 늙지도 않았다. 나보다 젊은이가 보기에 늙어 보일 테고, 나이 드신 분이 보기에는 조금 젊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일전에 친구들하고 공원에 갔다. 열 명이 채 안 되는 유치원 아이들이 야외수업을 왔는지 줄지어 지나갔다. 병아리같이 재잘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한참을 바라 보았다. 아직 손주가 없는 나는 아이들이 조각 인형처럼 그저 예쁘기만 했다.
“아이 예뻐라,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정말 예뻐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느닷없는 할머니 소리에 친구가 기겁했다.
“나는 할머니가 아니라 아줌마란다.” 애써 억지를 부려 봤지만 애들은 친구의 변명 따위는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새싹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보이는 그대로일 뿐이다
구순을 바라보는 친정 어머니께 말실수 해서 혼이난 적 있다.
"엄마! 요즘 사람들은 예전 보다 훨씬 오래 살잖아요. 평균 수명이 늘어 100세 어르신도 가끔 주변에서 뵐 수 있어요. 엄마는 치매 없이 기억력도 좋으시니 식사만 잘 챙기시면 100세 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별 생각 없이 한 말이 엄마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었다.
"나는 여태까지 내가 오래 산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심지어 여든 다섯 살 되기 전까지도 늙었다고 느꼈던 일도 없었어. 요즘 들어 나이가 좀 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내 나이는 많은 것도 아니다. 나 보다도 나이 많고 건강한 노인들 복지관에 가면 엄청 많다."
"그렇지만 나이 먹고 여기저기 몸이 고장 난 채 오래 사는 것은 힘들고 귀찮기만 하구나. 100세 하라는 소리는 욕이나 마찬가지니 그런 말은 아예 하지3도 말아라."
당신에게 오래 사신다고 드린 말씀도 아닌데 듣기에 거북하셨는지 불같이 화를 내셨다. 어른 심기를 살피고 말도 조심을 했어야 하는더!
때가 되면 나는 그냥 늙었거나, 나이를 아주 많이 먹었거나, 늙어 보이는 게 아니라 원래 부터 노인이었던 것 처럼 살아 가게 될 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인지 생각한다. 될 수 있으면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면 좋겠다. 나의 건강한 시간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세월은 누구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아흔 되신 엄마를 가까이 지켜보며 배우면서 나이 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