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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이 뭐 어때서?
탄수화물 중독ㆍ혈당 스파이크
by
구본미
Dec 12. 2024
딸이 아빠 엄마에게 가성비 좋은 뷔페를 소개하고 싶단다.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이 다르고 다양한 요리를 맛보는 데 좋다며 퓨전 음식을 내키지 않아 하는 나를 꾸준히 설득했다.
"요즘 식당에 밥값이 얼마나 비싼지 친구하고 둘이 식사만 해도 오만 원인데 뷔페는 죽과 생선 초밥과 회, 샐러드, 디저트, 과일에 음료까지 해결되니 따로 커피 값도 안 들고 밥값보다 저렴하니 남는 장사가 아녀요?"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딴은 그런데 딸의 호주머니를 축내는 것도 싫고 집에서 대충 먹으면 절약되고 좋을 텐데. 영 마뜩잖아하다가 연어회와 초밥을 양껏 먹을 수 있다는 말에 무너져 슬그머니 따라 나섰다.
조명으로 화려한 음식들이 뷔페 홀에 잘 차려져 현란했다. 맛만 본다고 조금씩 담은 음식이 접시에 금방 가득 찼다.
"엄마 음식 드시기 전에는 먼저 꼭 채소 샐러드를 드시고 난 후에 다른 음식을 드셔야 해요."
익숙한 딸의 잔소리가 시작되어도 아랑곳 않는다,
누가 엄마인지 딸인지 모르겠다.
음식에 홀려서 마음까지 빼앗긴 나는 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배가 고파 탄수화물 음식부터 허겁지겁 입에 욱여 넣었다. 디저트류에 있는 초콜릿 덩어리들이 반가워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닭콤 쌉쌀하고 입에서 부드럽게 살살 녹는다.
두어 번 가져다 먹고는 입에 안 맞는지 그만 들겠다며 거의 빈 앞에 앉아 있는 남편이 살짝 밉다.
하지만 그런 게 어디 있냐며 잡채 , 김밥, 초빕, 튀김 쉴 새 없이 먹다 보니 속이 느글거려 쳐다 보기도 싫다. 급체한 것처럼 팔다리의 기운이 쭈욱 빠진다. 탄수화물이 몸 속에서 반란을 일으켰나 보다.
빨리 집에 가서 쉬자며 우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쉬려고 하니 머릿속이 멍하고 온몸이 무거워 아무것도 못 하고 졸음이 쏟아져 금방 곯아 떨어젔다.
요즘 방송에서 많이 듣는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난 것이다.
'나이가 들면 식후 혈당 수치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으로 급격한 피로감과 참을 수 없는 졸음, 집중력과 판단력이 흐려지며 단순한 식곤증과 다르다'
'혈당 스파이크'를 인터넷으로 검색한 내용이다.
당뇨가 있는 것도 아닌 내게 처음 일어난 일로 충격을 받았다.
식사시에는 반드시 채소를 먼저 챙겨 먹은 다음 단백질, 지방의 순서를 지키면 당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딸의 말이 맞았다.
'잘못된 식습관이 불러온 탄수화물 중독으로 온갖 염증을 달고 살며 쵸콜릿을 폭풍흡입을 했으니?'
탄수화물을 먹을 때는 꼭 순서를 지키고 갑자기 반란을 일으켜 몸을 망가뜨리는 '탄수화물 중독'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 들은 밥을 안 먹고 삼시 세끼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먹으며, 고가의 PT를 받으며 몸매와 건강을 챙기는 것이 유행인 듯 하다.
먹을 게 흔하지 않던 시절에 태어난 나는 탄수화물로 포만감을 즐기고, 게을러 운동도 안 하는 습관이 요즘에는 안 맞지만, 옛날과 현재의 어디쯤에서 타협할 지가 늘 고민이다.
미련을 못 버리고 포기 못 하는 밥ㆍ떡ㆍ빵이 무슨 죄냐며,
채소ㆍ과일과 그리 친하지 않은 내가 뭐 그리 촌스럽냐며,
'소식해야 한다.'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둘 중에 뭐가 맞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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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혈당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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