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토론토에 도착하다
출발 한 달 전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전날이라고 다를까.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이 다 벌려놓고 밤새 짐을 꾸렸다 풀었다 반복했다. 가져가고 싶은 것들은 거의 미련이었는지 결국 다 빼내고 나서야 중량을 맞출 수 있었다. 한 시간을 잘 수 있었는데 그 마저도 마음이 불안하여 제대로 못 잤다. 마무리로 난장판이 된 집을 수습하려는 시도로 분리수거를 좀 했다. 진짜 떠나는 게 맞는 건지... 이게 맞는 건지 수백 번은 생각하면서 캐리어를 만졌을 것이다. 어쨌든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 내 몸만 한 캐리어를 들고 눈길을 헤쳐 나아갔다.
공항에서 아빠와 재환이, 승훈쌤이랑 마지막 만찬처럼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목구멍에서 넘어가질 않는 것을억지로 삼켰다. 이내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나는 출국 수속을 밟으러 떠났다. 그날따라 사람이 없어서 순식간에 들어갔다. 미련은 가지지 말란 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정작 비행기는 무슨 내 마음처럼 한 시간 사십여분을 질질 끌면서 뜨질 못하다 마침내 활주로에서 발을 뗐다. 처음엔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잠도 오지 않고 이것저것 하려고 해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러다 뽑아준 사진들이 갑자기 생각나서 그것들을 보는데 왈칵 눈물이 솟는 것이 아닌가. 한 삼십 분은 펑펑 운 것 같다. 군대에 가는 것도 아닌데 참 이상했다. 여하튼 그렇게 받아들이는 시간이 지나고 마음을 추스르며 남은 비행을 마쳤다.
험난했던 미국에서의 환승 덕분에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환승 편 비행기에 겨우 탑승하고 나니 그제야 주변이 보였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주변엔 한국인이 가득했는데 그 많은 한국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정말 이방인이 된 것이구나. 그런데 정작 그렇게 되니 마음 한 구석이 의외로 편했다. 비행시간 동안 열심히 멍을 때리다 토론토에 도착하게 됐다.
걱정했던 것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나고 예약해 둔 숙소에 들어와 씻고 겨우 누워 잠이 들었다. 토론토에서의 첫 아침을 맞이하고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새로운 것 투성이인데 위화감이 없어 신기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마트에서 사 온 베이글 샌드위치와 탄산음료는 마시며 신나게 뛰어다니는 개를 구경했다. 마치 쭉 그래온 것처럼 편안했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서 다짐을 했다. 여기서는 꼭 여유를 지켜보자고. 해야 할 일은 많아도 여유는 잃지 말자고 말이다.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면 이곳에 온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은 목표 하나씩을 이뤄가며 살아가 보기로 했다. 어제는 토론토랑 조금 친해지기, 오늘은 직원에게 스몰토크하며 칭찬 하나 해주기. 이 글을 쓰러 온 카페 직원의 네일 색이 예뻐 칭찬해 주니 방긋 웃으며 뭐라 화답을 해줬다. 뭔 말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지만 여하튼 성공이다. 토론토에서의 두 번째 아침이 밝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