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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쥴스 Dec 17. 2021

나를 만든 문장들

 아주 드물게, 운이 좋으면 우리는 예상치 못한 문장, 이 문장을 읽기 전의 나와 다른 나를 만드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나는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이상한 경영서에서 그런 문장을 발견했다. 내가 이상한 책이라고 한 이유는 경영지식을 알려줘야 할 경영서가 인생의 옳은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성공이란 당신의 배우자가 해가 갈수록 당신을 더욱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이다.’ 

 책을 내려놓고 머릿속으로 이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보았다. 나는 늘 성공을 양적 측면으로만 여겼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돈을 많이 버는 게 성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왜 성공하고 싶냐, 얼마나 성공해야 충분하냐 묻는다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또 하나, 배우자와의 관계 형성에 '존경'이라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도 당시의 나에게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말이었다.        


 남편에게 여성으로서 매력 있고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 특히 신혼에는 그 바람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몸속에 애교 DNA라고는 0.1%도 없는 나조차도 신혼시절 이런 오그라드는 질문을 남편에게 던진 적이 있다.

"나 언제 제일 예뻐?"

여자가 듣고 싶은 대답은 정해져 있다. "언제나, 항상, 세상에서 제일" 하지만, 정작 남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어이가 없어서 맥이 탁 풀릴 지경이었다.  

"맡은 일 열심히 하고 몰입할 때, 멋.있.어."

언제 예쁘냐고 질문했는데 멋있다고? 남편의 대답에 딴지를 걸고 너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닥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혼 5년 차가 지난 지금,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와 성적인 매력 만으로 관계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예쁘다는 말은 빈말로 할 수 있지만 멋있다는 말은 빈말로 하기 어렵다. 나와 매일을 함께하는 사람이 나를 존경한다면, 나는 분명 좋은 인생을 살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존경'이라는 마음은 훌륭한 인품이나 태도를 갖춘 사람에게 품게 되는 감정이다. 사회적으로 제 아무리 성공한들 인품이 갖춰지지 않으면 쉽게 무너질 게 뻔하다. '성공'은 크고 반짝이는 별 같은 존재도 아니고, 맹목적으로 좇아야 할 대상 역시 아니다. 성공의 테두리에 안개처럼 뿌옇게 덮인 애매함을 걷어내고, 나만의 언어로 정의되어야 한다.    


 콜린스의 문장은 나에게 성공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심어주었고,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 앞에 설 때마다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나를 지탱하는 중심을 나 자신, 그리고 가정에 단단히 박고 의지하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누구에게나 삶이 바뀌는 전환점 같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누군가와의 만남일수도, 특정한 사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어떤 책일 수도 있다. 더 많은 책들이 내게 들어와 인생에 개입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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