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다운 휴일

소설 두 권을 동시에 읽기

by 정이나

오늘은 시댁 식구들과 만나 밥을 먹었다. 이제 함께한 세월도 꽤 되어서 그런지 만나면 반갑다. 초등학생일 때 처음 만난 조카들도 이제는 다 성인이고 큰 아이들은 서른 전후의 나이가 되었다. 결혼한 조카들도 있어서 배우자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식구가 하도 많아서 식당 예약을 했어도 다 따로 앉아 먹어서 이야기를 잘 못 해서 조금 아쉬웠지만, 이렇게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어디인가 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만날 일이 점점 줄어들리라.


점심 약속이었던지라 오전에는 피아노 연습을 좀 했다. 내일이 레슨이니까. 그리고 모임 후에 집에 와서도 연습을 계속했다. 사실 오늘 해야지 했던 일들도 다 팽개치고 그냥 공원 한 바퀴 돌고 와서 오디오북도 듣고, 전자책도 읽었다. 어제 말했듯,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두 권이다. 두 권을 동시에 읽느라 이야기가 섞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럴 염려는 없는 듯하다. 귀로 들은 것과 글을 읽은 건 다른 데다, 두 이야기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먼저, 전자책으로 '가공범'이란 작품의 도입부를 읽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사실 좀 평범해 보인다. 유명 정치가와 전직 여배우인 두 부부가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에서 형사들이 나와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 이야기 뒤쪽으로 갈수록 나이는 많으나 직급이 낮은 형사 쪽에서 뭔가 비범한 능력을 발휘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가공범'이라는 제목에서도 뭔가 냄새가 풍긴다. '가공의 인물' 할 때 '가공'인 것 같다. 그렇다면 살인자가 가공의 인물이란 말인가. 진짜 살인자가 가공의 인물을 교묘히 만들어 그 인물에게 살인 누명을 씌울 것인가?


종이책이 아닌 태블릿으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뭔가 얼리어답터 같은 세련된 사람이 된 것 같다.


핸드폰으로는 '마녀와의 7일'을 들었다. 등장인물 중에 주인공 격이 중학생 남자아이라서 더 친근감이 든다. 내용도 좀더 단순하고 소박해 보인다. 어느날 갑자기 살해당한 전직형사인 아빠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진다. 거기에 캐릭터가 분명한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어찌 보면 이런 부분도 좀 뻔해 보일 수 있는데, 난 사실 뻔한 이야기도 좋아한다. 익숙하고, 이해하기 쉽고, 공감되니까. 그런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것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뭔가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그런데 오디오북을 듣다 보면 재미있어서 한두 시간 정도는 훌쩍 지나가 버리지만, 계속 듣기 힘든 면도 있다. 그래서 좀 쉬어 가자 하고 중단했다. 챕터별로 30분 정도이니 틈틈히 듣기로 했다.


오늘은 식구들도 오랜만에 만나고, 피아노도 꽤 연습하고, 책도 많이 읽은 진짜 휴일다운 휴일이었다. 사실 책은 좀 덜 읽은 것 같은데, 오늘 하루도 얼른 마무리해야 내일이 빠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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