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너 간 커피 데이트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해 보지 못하고 빵만 잔뜩 삼

by 정이나

어느 모바일앱에서 카페이용권 50% 할인 쿠폰이 왔다고 해서 커피 데이트를 하러 갔다. 주차가 되는 곳을 찾아서 DT점을 찾아갔는데, 아뿔싸, 주말이라 그런지 주차할 데가 없었다. 남편은 근처에 주차할 데를 알아본다며 주위를 돌았지만 공영주차장도 꽉 차 있었다. 결국 꼬불꼬불 가다가 무슨 도시 숲이라는 공원 근처에 다른 차들이 죽 대 놓았길래 그 뒤에 세웠는데, 막상 보니 '주정차금지'표지판이 떡하니 있었다. 결국 다시 차에 올라타서 더욱 멀리 가서 보니 또 한적한 곳이 있었다. 우린 차를 세웠다.


"슬슬 걸어가자."

"근데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하고 네비를 보니까 카페까지 걸어서 10분 800미터 남짓한 거리였다. 여기서부터 난 입이 비죽 나왔다. 어쨌든 왔으니 운동삼아 걸어가지 하고 내리려 문을 열었는데, 맙소사! 바닥이 완전 진흙탕이었다. 갑자기 성질이 났다. 배가 고파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나 안 갈래. 가지 말자. 이 진흙탕을 밟고 800미터를 가자고?"

"그래, 가지 말자."

"그냥 집에 가자."


하지만 집에서 그 카페까지 10분 정도 운전해서 왔기 때문에 허탕을 치기가 싫었다. 남편은 그곳에 다시 한번 가 보자 했다. 혹시 그 사이에 자리가 났을지 모른다고. 하지만 역시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드라이브스루로 음료랑 빵을 사 가자 했다. 하지만 우리는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한 적이 없어서, 막연히 겁이났다.


보니까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는 차들이 없었다. 키오스크가 있으니 차를 몰고 들어가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새로운 경험을 기피하고 보수적인 반 노인네인 우리들은 망설였다. 게다가 쿠폰을 써야하니, 모두 알다시피 키오스크로 쿠폰 사용하기가 그리 간단하진 않지 않은가! 결국 남편은 자기가 차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나보고 가서 사오라고 했다.


나는 혹시 몰라 다른 편에 있는 주차장으로 뛰어가서 확인했다. 역시 주차장이 꽉 차 있었다. 커피 데이트는 진짜 물건너 갔다. 결국 그냥 빵만 사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키오스크가 없고 직원들이 있었다. 내 앞에 한 가족이 서 있길래 주문하려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들도 쿠폰을 쓰러 온 것 같았으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멀뚱히 서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진열대의 빵과 샌드위치들의 가격과 이름을 확인하고 마음속으로 골랐다. 우리는 2만어치의 빵을 사려하니 가격도 2만원에 육박하게 계산해야 하고, 길고도 낯선 이름들도 외워서 주문해야 했다. 그래서 딱 준비를 하고 주문을 했다. 2만 4천원인가 나와서 그냥 결제하려 했더니 그 순간,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빵 하나를 빼야지. 2만원 안 되게 하라고."

"아니, 왜 왔어?"

"자기가 키오스크에서 헤맬 거 같아서 얼른 와 봤지."

"키오스크 아닌데?"

"내가 와서 가격 잘 계산해서 좋지 뭐 그래."


그래서 크루아상 하나를 빼고 계산했다. 내가 하는 걸 본 내 앞에 있던 가족은 자기들도 비슷하게 주문했다.


"빨리 차로 돌아가. 어디다 세운 거야? 장애인주차장에 세운 거야?"

"아니."


남편은 나갔고, 나는 조금 기다린 뒤에 종이 봉투에 든 빵을 들고 나갔다. 차는 주차장 네모 공간에 반쯤 걸쳐져 있었다. 눈 때문에 라인이 가려져서 다른 차들이 띄엄띄엄 세운 바람에 주차 자리가 있는데도 공간이 부족했던 거다. 어쨌든 우리는 냉큼 타고 집으로 출발했다.


"자 이제 먹어 보자. 샌드위치 같이 생긴 이거는 파니니라는데, 파니니가 뭐야?"

"찾아 봐."

"귀찮은데."

"그럼 아까 데워 먹으라고 했으니 데워."


주문할 때 직원이 '데워 드릴까요?' 해서 '아니요, 근데 데워 먹는 거예요?'하고 역으로 물어봤었다.


결국 인터넷에 찾아보니 파니니란, 따뜻하게 데워먹는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란다. 오늘도 좋은 거 하나 배웠다. 반 잘라서 한 조각 먹고 나머지는 저녁 먹고 후식으로 먹었다. 나머지 빵들은 냉장고에 넣었다. 간식이 많이 생겨서 기분은 좋다.


그렇게 오늘도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해보지 못했다. 해 보고 싶었는데, 언제쯤 경험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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