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와 네컷사진찍기

소소하고 꿈같은 데이트

by 정이나

오랜만에 남편이 좋아하는 식당에 갔다. 그 식당은 전에는 후식으로 붕어빵을 구워 주었는데, 그게 시간이 꽤 걸려서 조만간 중단하겠구나 싶었다. 과연 오늘은 붕어빵이 없었다. 대신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인형뽑기'랑 '네컷사진찍기' 기계가 있었다!


우리는 한 번도 인형뽑기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좀 흥분되었지만, 남편은 자기는 인형뽑기를 잘 못한다고 했다.


"걱정 마. 그런 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우리는 인형을 뽑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냥 버튼이 있길래 냅다 눌러버렸다. 그랬더니 기계 안쪽 위에서 막대가 하나 내려와서 빙빙 돌아가고 있는 빨래집게 사이 허공을 누른다. 아, 빨래집게를 눌러서 빨래집게가 벌어져야 거기 매달린 인형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로구나! 나는 이런 것도 처음 알았다. 인원수대로 할 수 있어서 두 번 했는데, 두 번 다 실패했다.


그다음으로 우리는 네컷사진찍기를 했다. 이것도 처음이었다. 물론 미혼때 친구들과 찍어본 적이 있지만 남편과는 처음이다. 전에 여행갔을 때 찍고 싶다고 했지만 시큰둥하길래 그냥 찍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료라서 그런지 남편도 좋아한다. 루돌프 머리띠 등이 있었지만 그런 건 다 귀찮았고, 우리는 그냥 찍었다.


그냥 웃는 얼굴로 찍은 거 한 장면, 내가 남편 볼에 뽀뽀하는 거 한 장면, 양손바닥으로 각자의 얼굴 받친 거 한 장면, 둘이 커다란 하트 만든 거 한 장면을 찍었다. 배경은 초록색에 풍선으로 'Merry Christmas'라고 쓰여 있다.


좀 웃기게 나왔지만 이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못생기게 나온 것도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이게 그냥 내 얼굴이지 뭐' 하는 생각이 드니까 그렇다. 내 얼굴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 보다는 둘이 함께한 시간이 종이에 이렇게 박제되어 나오니까 좋다. 컴퓨터에 사진을 붙여 놓고 볼 때마다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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