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한 악은 선을 가장한다

소설 <레베카>를 읽고 있다

by 정이나

숨 막혀서 못 읽겠다. 앞에서 읽었던 한심스러운 '나'의 어린아이 시절은 끝났다. 이 소설은 어째 계속 읽는 사람에게 스트레스(스릴)을 주는지 모르겠다. 이제 엄청난 사건이 진행중이다. 진짜 이쯤되니 읽기 싫어진다. 주인공의 행복을 그저 바랄 뿐인데, 그 행복이 위태로우니 진짜 안타깝다. 하지만 이 소설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고지식한 결말? 뻔뻔한 결말? 나의 감정은 어느새 주인공에게 이입이 되어 버렸으니 닥친 불행에 한숨만 나온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은 이제 불가능한 생각이다. 왜냐면 나라면 지금 읽고 있는 이 사건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는 죽어버렸을 것이니까.


일단 중단하고는 이렇게 몇 자 쓴다. 몇 분이라도 늦게 그들의 불행을 마주하고 싶어서다. 아마 여기서 독서를 끝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마 그렇지 않겠지.


사악함은 천사를 가장하고 앞에 나타나는 것 같다. 늘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런 사악함도 있다. 그럴 때 사악함하고 타협하면 안 된다. 결국 내가 말려 들어가게 되니까. 요즈음 내가 마주하고 있는 사악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한다. 그저 그곳을 떠나 버릴 수는 없다. 내게 소중한 것이 그곳에 있으니까. 사악함은 너무 교활해서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직 나만이 알고 있다. 내가 입을 열면 사람들은 사악함의 편을 들 것이고 내게는 증거를 내밀 담력조차 없다. 싸워도 나만 만신창이가 될 뿐일 게 명백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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