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 시간을 알람으로

맞춰 놓은 까닭

by 정이나

나는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피아노를 배우고 있고, 더구나 재즈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사람이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니. 놀랄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우리 집에서는 음악이 흐르지 않았으며, 생일 때 받은 돈으로 카세트테잎을 파는 가게에 가서 클래식 음악 음반을 사 본 적은 있지만 그것이 다였다. 집에는 카세트 플레이어가 없을 때도 많았다. 듣는 음악이라고는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것뿐이었는데, 그나마 리모컨의 주인은 아빠였기 때문에 음악을 들을 일이 없었다.


자란 환경이 음악을 즐기기에 열악했다는 사실과 함께, 내겐 음악을 즐기는 유전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청소년기에 가요도 잘 듣지 않았다. 대학에 가서는 노래방에 가서 부를 노래를 위해서 라디오를 좀 들었을 뿐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을 때조차 태교로 음악을 듣지 않았다. 음악은 집중해서 듣는다면 들을 만한 것이었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음악을 틀어놓으면 정신이 산란하고 집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이 나오면 정말 좋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는 음악보다도 '조용함'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내게 언제부터 피아노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까? 솔직히 나는 음악 자체보다는 '피아노를 친다는 행위'에 더 매력을 느꼈다. 엄마를 졸라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배웠지만 중학교에 가면서 그만뒀다. 나는 피아노를 잘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러니까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자 다시 한번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졌다. 하지만 당시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다시 클래식 피아노를 시작했다. 그리고...클래식 피아노만 쳐서는 음악에 대한 이해가 너무 달리는 것 같아서 재즈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제 일 년 넘은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선생님이 "음악을 좀 들으라."고 한다.

성실한 나는 그래서 이제 '음악을 좀 들으려'고 한다.

먼저 스포티파이라는 앱을 다운받았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3명이상 선택하라고 한다. 아는 아티스트 자체가 별로 없어서, '조성진''임윤찬''선우예권''BTS''아이유'를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선생님이 다음주까지 들어오라고 하는 음악을 찾아 재생목록을 만들어뒀다.


김범수 "끝사랑"

니나 "Someday"

에디 히긴스 트리오 "Autumn Leaves"


내게 셋 중에 가장 듣기 좋은 건 역시 "Autumn Leaves"이다. 이 글을 쓸 때 처음에는 "Someday"를 틀어 놓았는데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아 볼륨을 한껏 줄였다. 재즈는 그나마 작게 켜 놓으면 어느 정도 글쓰기랑 병행할 수도 있다. 아마 가사가 있으면 헷갈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다.


이상 음악 감상 시간을 알람으로 맞춰 놓고 한 번씩이라도 꼭 들으려고 결심하게 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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