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공간

을 생각하다

by 정이나

납골당에 갈 때마다 엄청 화려하게 장식한 봉안실을 보게 된다. 미니어처 제사상, 병풍, 꽃, 사진들... 그에 비해 시부모님 두 분의 납골함이 들어 있는 곳은 단촐하다. 두 분이 생전에 찍으신 사진 한 장뿐이다. 그동안 먹고사는 데 정신이 없어 한 번씩 가 뵙는 거에만 급급했다.


이번에 남편과 형님들이 만났는데 잠깐 그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인터넷으로 '납골당꾸미기'를 찾아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칸칸이 다 똑같은 거 사서 넣으면 별로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시부모님 칸은 맨 아래라는 불리한 점도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새로운 사진을 넣은 작은 액자랑, 집에 아껴 둔 작은 유리병에 조화를 사서 넣으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어머님이랑 제주도에 갔을 때 산 아기돌하르방 장식품 정도 넣으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만들기랑 그리기를 취미로 하고 있으니 뭔가 작은 걸 만들어서 넣어도 좋을 것 같고.


생각해 보니 이번 한 번뿐 아니라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쯤은 인테리어를 바꾸면 좋을 것 같다. 누군가가 계속 신경쓰는 공간이라는 느낌도 들 것이고, 형님들이 한 번씩 가셨을 때도 좋은 느낌을 줄 것 같다.


남편이랑 같이 봉안도어 개방 예약을 마치고, 내일은 오래된 앨범을 꺼내서 사진을 찾아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에 가서 사이즈 맞는 액자도 사고 조화도 사야지. 그렇잖아도 아까 다이소에 가서 장식품들 중에 적당한 게 없나 살펴보았다. 우리집은 한옥이고 이곳에서 어머니랑 같이 살았으니까 한옥 미니어처도 좋을 것 같다. 옛날티비랑 난로 같은 미니어처도 있었는데, 그것도 사다 놓고 6개월 뒤에 교체해 넣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있을 때 사두지 않으면 나중엔 없어지곤 하니까.) 그리고 생각해 보니, 투명한 유리병은 잘 안 보일 것 같으니 달항아리를 사서 거기에 꽃을 꽂을까 싶기도 하다.


그 공간이 엄청 넓은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어쨌든 살 수 있는 건 다 사 둬야지. 그리고 내가 그리거나 만들 건 뭐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작은 거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머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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