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면

by 정이나

어젯밤 남편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다. 큰 수술을 받은 지 3개월 남짓 되었기에 몹시 불안했다. 응급실에 간다 해도 가까운 병원이 아니라 서울까지 가야 했다. 통증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며 오락가락했다.


난 입을 굳게 다물고서 커다란 가방에 짐을 챙겼다. 일단 충전기, 칫솔, 속옷, 크림, 일을 대비한 갤탭, 당충전을 위한 사탕, 면허증, 립밤 등을 챙겼다. 입원 준비물이었다. 그러고 나니, 좀 괜찮다고 좀만 더 기다려 보자 한다. 누구나 병원에 가는 건 싫다.


배에 전기 찜질기를 올려주고 나서, 나는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웠다. 언제든 벌떡 일어나서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결혼 후 1년도 안 되었을 때 발병한 뒤로 거의 매일같이 생각했다.


'갑작스레 아파서 입원하면 우리 애는 누구한테 맡기지?'


아이는 아직 신생아였다. 이후 '엄마','아빠'라는 말도 트이기 전 무렵에 결국 애를 친정엄마 아빠한테 맡겼다. 그다음에도 친정에 맡겼고. 다행히도 그다음에는 크게 오래 입원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늘 '만약에'를 생각했었다.


그러다 지난 가을, 다시금 큰 수술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아이를 누구한테 맡길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는 이미 18살이었다. 오히려 수술날에 병원에 와서 엄마를 위로해 주었다. 그 긴긴 세월 동안 참 잘 버텨 주어서 아이를 어디다 맡겨야 하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렇게 잠이 들어서는 남편이 누구에게 얻어맞는 꿈을 꾸었고, 아침까지 그럭저럭 잤다. 남편은 이제 괜찮다고 했다. 대체 왜 배가 아팠던 것일까? 장염이었을까? 복통 외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오늘 서울 병원에 가서 이야기했으나 일단 지금은 통증이 없으니 괜찮다고 한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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