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들과 언덕과 밭과 마당
어제 밭에 쌈채소를 심었다. 청상추, 비타민상추, 당귀, 케일, 그리고 완두콩이랑 감자도 심었다. 지난주에는 두릅이랑 체리나무를 심었고. 그러고 나서 밭에서 자연적으로 돋아난 방풍나물과 달래, 부추, 민들레새잎을 따서 집에 들어왔다.
마트에서 산 겉절이용 상추가 너무 많았다. 찾아보니 상추로 물김치도 만들 수 있다길래, 상추, 민들레잎, 부추를 넣어서 완성했다. 하루 숙성된 뒤 오늘 먹어 보니 남편이 맛있단다. (나는 콩장이랑 나물이랑 멸치볶음을 먹어 치우느라고 맛을 못 봤다.)
상추를 끓는 물에 10초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한 줌밖에 안 되는 방풍나물이랑 같이 데쳐서 간장에 무쳐 어제 오늘 혼자 밥에 넣어 비벼 먹었다.
봄엔 작은 새잎들이 많이 나와서 참 싱그럽다. 제천 산속 집에서는 화살나무 순을 따서 그대로 입에 넣곤 했었고, 땅바닥에서 자라는 갖가지 봄잎들을 채취해서 먹곤 했다. 그때만 해도 젊었지, 그 따고 다듬고 씻는 것도 거뜬히 해 냈으니!
요즈음은 밭에 아무렇게나 짚풀과 엉켜 자라는 달래를 캐기도 힘들고, 다듬기도 씻기도 힘들다. 남편이 다듬어주기까지 해도, 씻는 것만 해도 넘 힘들었다. 이것저것 반찬을 하느라 지쳐 버렸다.
대문 밖 마당에는 장미 순이 올라오고, 사철나무랑 원추리, 민들레꽃 등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밭에 심긴 복숭아나무에는 하얀꽃이 돋아났다. 향기가 무척 좋다. 어찌된 일인지 열매가 하나도 맺히지 않지만 꽃은 탐스럽다. 사철나무 순 작을 때 캐서 화분에 심을까 했는데 흙이 없다. 밭의 흙보다는 배양토를 이용하고 싶어서 미뤘다. 안 할지도 모른다. 노지에서 잘 자라는 걸 뭐 하러 화분에 가둬 키우는가 싶으니.
이끼가 잘 자라는 집 옆 담장 그늘 옆에 가 보았다. 이끼는 없고, 범의 귀 같이 생긴 둥글넓적한 식물이 자라나고 있다. 그것도 캐서 심어볼까 하지만 역시 그만둔다. 일을 벌이지 말자고.
공원과 당산에 하루가 다르게 초록이 돋아나고 있는데, 벌써 한낮의 태양은 뜨겁기까지 하다. 봄은 짧고, 여름은 금세 성큼 다가올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