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맞은편에는 다른 집이 없다. 하지만 길이 비스듬히 꺾어진 곳에 집 한 채가 서 있는데, 우리 집과는 좀 다르게 생겼다. 사실 동네의 집들은 80년대에 지어진 시멘트 집으로, 다 비슷하게 생겼다. 우리 집만 그에 비해 크기가 좀 작고, 별나게도 언덕배기에 세워져 있을 뿐이다. 전쟁 전, 증조할아버지가 살았던 집터에 가장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증조할아버지는 새로 만들어진 대성동 마을의 수많은 집 중, 이곳에서 살기로 정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전쟁 전에는 우리 집 옆에 큰 기와집이 한 채 있었다고 한다. 아마 장독대도 그 집의 볕 잘 드는 마당에 있었을 것이다. 잘살던 집답게 집터의 높이가 주변보다 약간 높았다. 어쨌든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집에 대성동 아이가 두 명 살고 있다. 큰 아이인 한이는 나보다 한 살 어렸다. 한이의 동생, 옥이는 올해 대성동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한이와 함께 장난치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옥이는 문성 시장에서 샀다는 레이스 두른 오색 치마를 나풀거리며 오빠를 따라 걷고 있었다. 한이네 집 앞에 다다르자 한이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도윤 형, 형네 집에 귀신 안 나와?”
“무슨 소리야?”
한이가 갑자기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꾸만 알 수 없는 눈짓을 보냈다. 나는 답답했다.
“뭐야, 너… 무슨 뜻이야?”
그러자 한이가 왼손 손바닥을 벌리더니 자신의 양 볼을 눌러 움푹 패게 만들었다. 눈은 맛 간 동태 눈깔같이 하고, 입은 위아래로 벌려진 채였다. 마치 화가 뭉크가 그린 비명 지르는 사람 같았다.
“으하하하! 너 꼭 해골 같다! 해골… 너, 혹시…!”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한이가 장독대의 해골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건가? 한이가 웃었다. 한이는 양발을 땅에 번갈아 디디며 원숭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렀다.
“형네 집에는 해골 있대요~.”
나는 얼른 한이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너 어떻게 안 거야? 승기가 말했어?”
한이는 숨이 막힌다는 듯 손바닥으로 내 다리를 탁탁 쳤다. 나는 한이를 풀어주고도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눌렀다. 조용히 말하라는 뜻이다.
“아이고, 숨 막혀. 형, 형이 말해 놓고선. 형이 승기 형한테 형네 집에 해골 있다고 떠벌릴 때 다 들었다고.”
승기가 비밀을 폭로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나는 홱 돌아섰다.
“해골 같은 건 없어. 알잖아. 다 허풍이었다고. 그럼 내일 봐.”
나는 집 쪽으로 올라갔다. 한이가 뒤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맞아, 해골 같은 건 없었지.”
뭐라고?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나 넣어 놓았는걸.”
한이 쪽을 돌아보았다. 한이가 혀를 쏙 내밀었다.
“그런데 형은 승기 형이 간 뒤 며칠이나 한 번도 장독을 열어 보지 않았지. 왜냐고? 겁이 나서지!”
갑자기 눈앞이 다 하얘졌다. 몹시 부끄럽고 화도 났다. 한이는 장독대에서 있었던 일을 다 훔쳐보았던 것이다. 독 안에서 본 해골이 잘못 본 거라고 애써 생각하면서 그쪽으로는 얼씬도 안 했던 일을 저 녀석은 다 알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우리 집에 놀러 오려고 했던 승기에게 ‘내가 해골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며 으스대었던 일까지도 말이다.
한이는 아마 내가 밤마다 해골 귀신이 나올까 봐 할아버지 옆에 꼭 붙어서 자던 일과 한밤중에 옅은 비명을 지르며 한 번씩 깬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우리 집에서 사람 해골이 나온 건 심각한 일이었다. 그게 전쟁 때 해골이 아니라면 누구의 해골일까? 살인사건 같은 데 얽혀들 위험도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걱정이 한이의 장난 때문이었다니! 그럼 그 해골은 사람의 해골이 아니란 말인가?
한이는 시뻘게진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에서 핏기가 확 가셨다. 잽싸게 뛰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내 다리가 갑자기 길게 늘어나면서 겅중겅중 뛰어가 나는 순식간에 녀석의 목덜미를 움켜쥘 수 있었다. 집 안으로 도망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나는 오른 주먹을 들어 녀석을 한 대 패려고 했다. 한이 녀석이 절망적으로 울부짖었다.
“그래도! 형, 형은 내 덕분에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았잖아! 난 형을 도우려고 했다고!”
한이의 말에 불타오르던 화가 갑자기 날아갔다. 맞았다. 난 한이 덕분에 승기와 단짝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제야 귀에 옥이의 울음소리가 들어왔다. 옥이는 내가 제 오빠에게 하려는 짓을 엄마한테 이르러 뛰어가는 중이었다. 나는 얼른 손을 풀었다. 며칠 동안 마음고생한 거야 뭐 할 수 없지. 나는 괜히 손바닥을 마주쳐서 뭔가 털어내는 시늉을 했다. 한이 녀석, 금세 내게 매달리며 싱글벙글이다.
“형, 그 해골 뭔지 알아? 돼지 골이야. 왜, 그때 동네에서 돼지 잡고 순대 쪘잖아. 그때 아저씨들이 개에게 던져 주는 걸 내가 슬쩍했어. 잘했지?”
나는 잘했다며 한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준 후에 헤어졌다. 서둘러 장독대로 돌아가 독 뚜껑을 열어 보았다. 엎드리다시피 고개를 독 안으로 들이밀고 자세히 보니 정말 동물의 해골이었다. 이걸 보고 그렇게나 놀라다니… 과연 생각하기에 따라서 세상은 다르게 보이는구나 싶었다.
나는 내친김에 손을 뻗쳐 독 안에서 해골을 꺼냈다. 처음으로 몸을 반쯤 독 안으로 들여놓았다. 막상 해 보니 무섭지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독 안에선 고요하고 아늑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나는 일어서서 해골을 살펴보고는 덤불 속에 던져 버렸다. 얼마 안 되어 동네 개라도 채 가겠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