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비실거린 이야기
이번 여행에선 왜 이렇게 몸이 안 좋은지 모르겠다. 오늘 일정 중간에 부산 롯데몰 옥상에 올라가서 도개교가 열리는 것을 본다고 했다. 오후 2시 예정이라 시간이 좀 남았는데, 너무 기운이 없어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앉을 자리가 없어 뱅뱅 돌다가 겨우 앉았다. 앉아서 밥을 먹는데 너무 힘이 없고 힘이 들어서 그런지 눈물이 나려고 하는 것이었다. 분위기 깨기 싫어서 꾹 참고 밥을 꼭꼭 씹어 넘기다 보니 어느새 조금 괜찮아졌다. 그런데 옆에 앉은 분이 자꾸 힐끔거리고 그러더니 급기야가 자신이 먹은 수저를 휴지로 깨끗이 닦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쪽도 신경쓰이고, 소화 안 된다며 혼자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남편을 신경쓰며? 겨우 밥을 다 먹어 가는데, 맞은편에 앉아서 이미 밥을 다 먹은 아들이 말한다.
"엄마, 지금 1시 50분인데..."
2시에 도개교 올라가는 것을 보기 위해, 남은 두 숟가락을 입에 욱여넣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남편보고는 전화해서 13층으로 올라오라고 하고. 그런데 웬걸...엘리베이터가 지독히도 내려오지 않고, 겨우 탄 뒤에는 층마다 서는 것이었다. 없는 기운을 짜 내어 뛰어가고 보니, 넓은 옥상 가장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말로 도로 반쪽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도로 위의 차들은 얌전히 서서 기다린다. 몇몇 차들은 유턴을 해서 돌아간다. 아래 땅 위의 사람들 역시 가장자리에 몰려 서서 그 장면을 바라본다. 15분 남짓 걸린 이 과정의 첫 부분을 열심히 바라보고, 열린 다리 아래로 큼지막한 배가 천천히 지나가는 것도 보았다. 정말로 평화로운 한 장면이었다.
이번 여행은 정말 날씨가 좋고 하늘이 높고 파랬다. 그냥 아무데도 가지 않아도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게다가 여러 군데 갔으니 금상첨화인데, 내가 조금 비실거린 것은 그냥 애교로 봐 주길 바란다.
롯데몰에서 딸기우유랑 빵을 좀 사서 차에서 우걱우걱 먹고 나자 기운은 좀 돌아왔다. 하지만 많이 걸어서 생긴 통증은 가시질 않는다. 아들과 남편 둘이 태종대를 향하고, 나는 차 뒷자석에 누워 잠을 좀 잤다. 지금은 5시 30. 벌써 컴컴해졌다. 저 멀리 주황빛 황혼이 잘 익은 감처럼 몹시 곱다. 어디선가 틀어놓은 커다란 음악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에서 이 글을 적는다. 저녁엔 회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