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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온 Jul 22. 2020

내 옆의 소중한 사람

지난 주말, 일이 있어 대전에 갔다가 살 것이 생겨서 트레이더스에 갔다.




요즘 강릉에서 지내다 보니, 오랜만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갔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이 많아서 이리저리 떠밀리듯이 지하에서 올라가는데, 1층 무빙워크를 지나는 인파 속에 남색 원피스를 입은 예쁜 공주님 한 명이 눈이 새빨갛게 돼서는 울먹이고 있었다. 딱 봐도 부모님을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얼마 동안이나 저렇게 혼자 주먹을 꽉 쥐고 서있었던걸까..'



아이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아 "엄마 아빠 잃어버렸어요?"하자, 아이는 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아..빠...잃어버렸..어요....."라고 했다.




"아이고 그랬구나, 아빠 어디서 잃어버렸어요?"

"피아..노...보고.. 있었는데... 아빠가.. 없었..어요.."

"그랬구나 많이 놀랐겠다, 여기 목걸이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해 줄게요!"

다행히 미아방지 목걸이를 하고 있어서 목걸이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고, 아이 아버님이 바로 받으셔서 위치를 말씀드렸다.




"아빠가 지금 여기로 바로 오신대, 목걸이 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우리 아빠 오실 때까지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자~"

"이거.. 목걸..이.. 맨날.. 하고.. 다녔어요..."

"그랬구나~ 진짜 착하네ㅎㅎ 몇 살이에요?"

"일곱.. 살이요.."

똑부러진 꼬마 아가씨는 이렇게 울음을 꾹꾹 참으면서 아빠가 올 때까지 나랑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가 저 멀리 아빠가 오는 모습이 보이자마자 "흐으아아아앙 "하고, 씩씩한 척하면서 꾹꾹 참고 있었던 울음을 터뜨리며 아빠에게 안겼다. 그 어린아이가 모르는 사람 앞에서 꾹꾹 눌러 참고 있다가 아빠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린 그때, 아이가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서 왠지 나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주책인 것 같아서 얼른 인사하고 자리를 떴는데 쇼핑을 하다가 다시 아이와 마주쳤고, 아빠 옆에 꼭 붙어서 나를 향해 '안녕'하고 씩씩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데 작년 여름 인도에서 보았던 엄마 품 속의 아기 원숭이가 생각나 글과 함께 이 사진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후에 아이 아버님이 정말 감사하다고 다시 문자를 주셨는데 큰 사건을 해결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무척 좋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눈물을 간신히 참고 있던 아이가 아빠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던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며 같이 울 뻔하고서, 저절로 내가 마음 놓고 울음을 터뜨릴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떠올랐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누가 꾹꾹 눌러 담고 있는 울음을 터뜨리게 만드시나요? 가족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겠네요. 여러 명일 수도 있고요. 누가 됐든 참 소중한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주말이었습니다.



오늘도 소중한 내가 있음에, 내 옆에 소중한 사람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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