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당신의 점수에서 보너스를 (두둑이) 줄게요.

그 이유는 당신이 말해보세요.

by 나온

100개의 질문, 100번의 생각

질문 4. 당신의 지난 삶을 한낱 점수로 평가한다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는데.

그래도 그걸 다들 해내시네요. 감동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당신의 삶에 '보너스'를 드리려 해요.

라면에 궁극의 수프를 넣듯 팍팍드릴게요.

그 이유는 당신이 알 거예요. 자, 어제 얘기 못한 것들을 좀 더 풀어 보세요.

당신의 삶이 차 올랐던 때를. 기억해 보세요.



삶이 차오른다는 단어 자체가 너무 아름답네요. 역시 좋은 질문은 좋은 생각을 만드나 봐요. 불현듯 삶이 차올랐던 시간들이 떠올랐어요.




학창 시절 형편이 좋지 않아서 과외 같은 걸 한 번도 못해봤어요. 내 방이 없어서 모두가 잠든 밤이면 화장실에 가서 공부한 적도 있어요. 어린 마음에 그게 한이 되어 대학생이 된 이후 줄곧 교육봉사활동을 많이 했어요.


어제 말한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도 실은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만 모아서 하는 무료 수업이었고요. 교통편도 좋지 않은 동네라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거의 2시간을 가야 하는 곳에 위치한 학교였어요. 오가는 게 힘들긴 했지만 학기가 끝나고 마지막 수업 날, 그런 고생은 모두 씻은 듯이 잊혔죠.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그려 만든 편지지에 담긴 마음들을 받았거든요. 하고 싶었던 영어공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한 아이의 손글씨를 보며 삶이 차올랐습니다.


한 2년 교육봉사를 계속했어요.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까지도요. 역시나 모두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 대상이었는데, 마지막 수업 날이면 어김없이 손편지를 받았어요. 크레파스와 색연필이 샤프와 펜으로 바뀌었고, 편지의 길이가 조금 더 길어진 것 말고는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똑같았어요. 삶은 계속 차오르고 있었네요.




2012년,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갔습니다. 한 학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손 씻기 교육과 같은 위생교육 그리고 한글과 한국문화 등 많은 것을 가르쳤어요. 말이 통하지 않는 이 아이들은 매일 등굣길 저에게 예쁜 들꽃을 꺾어다 주었어요.


IMG_3608.JPG 친구와 싸워서 뾰로통한 메인리를 달래며


사실 처음에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과연 내가 이런 교육을 하는 게 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꼭 무엇인가를 가르쳐야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조금 아쉬워요. 내가 진짜 선생님도 아니고 가르쳐봤자 뭘 그렇게 잘 가르친다고 그랬을까. 가르쳐야 할 것을 생각할 시간에 그냥 좀 더 많이 사랑해줄걸…


하지만 한글을 가르친 덕분에 여기서도 짧은 편지를 받게 되었어요. 사진 속 제 품에 안긴 메인리와 뒷줄 두 번째에 서있는 레인메이로부터요. 삐뚤빼뚤한 네 글자였지만 저를 울리기엔 충분했어요. 큰 하트 속에 '사랑해요'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학교를 나올 때 전교생의 아이들이 양옆에 서서 길을 만들어줬어요. 그 길을 걸어 나오면서 정말 펑펑 울었어요. 지금쯤 아이들은 얼만큼 자랐을지, 저를 기억할지 가끔씩 궁금하곤 해요. 매일 예쁜 꽃을 선물해주던 작은 손, 환하게 웃으며 안기던 그 아이들의 티 없는 미소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삶은 캄보디아에서도 차올랐네요.




글쓰기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하죠. 저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났고, 치유받았어요.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에게서 상처 받고 때론 불행했던 나를, 사람에게서 행복을 느끼던 과거의 내가 와서 안아주고 간 기분이에요. 좋은 질문으로 오늘의 삶도 차올랐어요.


보너스 점수 줘서 오늘은 제 인생 10점 만점 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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