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닮았나요? 무엇을 닮았나요?

by 나온

100개의 질문, 100번의 생각

질문 11. 누구를 닮았나요? 무엇을 닮았나요?



유전자란 참 신기하다. 외모적으로 아빠와 엄마를 골고루 닮았다. 어릴 땐 아빠를 더 많이 닮았었는데, 자라면서 엄마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엄마는 손이 크다. 음식을 한 번 만들면 엄청 많이 만들어서 좀 적게 만들라고 매일 얘기하곤 했었다. 잘 웃기도 하고 잘 울기도 한다.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윗집 아줌마집에 놀러가면 한시간은 기본이다.


아빠는 학창시절에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셨는데 7남매 중 첫째라 동생들 학교 보내느라 정작 본인은 공부를 못하셨다. 어렸을 때 매 주말마다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여행을 다녔고,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내서 데려가셨다. 옛날 사진첩을 보면 늘 여기저기 놀러가서 찍은 사진들이다.


어렸을 때 나는 아빠처럼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고, 지금의 나는 엄마처럼 음식을 엄청 많이 만들곤 하며 잘 웃으면서 잘 운다. 대화하는 것 역시 좋아하고. 맛집과 여행을 좋아하는 밖순이이다.


사실 오늘의 질문에 술술 답하기가 어려워 속상해졌다. 아빠와 엄마를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흉내를 내듯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인 아빠와의 대화는 95%가 ''밥뭇나?'였던 것 같다. 그나마 어린 시절엔 그렇지 않았는데 자라면서 사춘기가 되고 대화의 양은 더 줄었다. 대학생이 되고 타지에서 일을 하면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통화도 자주 하지 않았다.


예전에 한 연극을 보러갔는데 앞으로 부모님을 뵐 날이 몇번이나 되는지 세어보라는 내용의 대사가 나왔다. 명절이나 생신때 집에 내려간다고 하면 일년에 4번. 바쁘게 살다보면 일년에 4번도 못내려 갈 때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예상되는 숫자가 그렇게 크지 않다. 이번 명절에는 엄마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어디가 닮았는지 좀 더 살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함께 하는 이들의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