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질문, 100번의 생각
질문 32. 당신이 사랑하는 도시/마을는 어디인가요?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요?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모든 도시와 마을은 실로 저마다의 매력과 특색이 있다. 야경이 아름다운 곳, 동화 속 마을 같은 곳,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는 곳...
사랑하지 않는 도시를 말하라고 하는 게 더 쉬울 것만 같지만..ㅠㅠ 굳이 꼽아보자면..
1. 태어나고 자란 곳, 부산
집에서 걸어서 10분도 지나지 않아 광안리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 늘 곁에 있으면 고마움을 모를 법도 한데, 매일같이 바다의 존재에 너무 감사했다.
심심할 때도, 운동할 때도, 기분이 좋을 때도, 우울할 때도, 답답한 일이 있을 때.. 그냥 거의 매일 바다에 갔다. 1일 2~3바다 할 때도 많았다.
울적할 때면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조용한 방파제에 앉아 물멍하곤 했다. 파도가 건네는 위로의 소리를 듣고 있자면 어느샌가 바닷바람이 불어와 근심, 걱정도 함께 '후~' 불어 날려주었다.
날씨도 온화하고 낮과 밤, 산과 바다, 들과 계곡, 사계절 내내 어디 하나 안 예쁜 구석이 없는 도시. 그냥 내 인생이 모두 담겨 있는 곳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도시. 늘 그리운 곳.
2. 많은 애와 약간의 증이 있는 도시, 헬싱키
부산에서 평생 눈도 몇 번 보지 못하고 살던 나에게 '눈이란 이런 것이다'를 알려준 도시. 그곳으로 나는 교환학생을 떠났다.
국내에 북유럽 열풍이 불기 한참 전이라, 내가 핀란드로 간다고 하자 반응은 딱 두 가지였다. "아~ 필리핀?" 혹은 "아~휘바 휘바??"
핀란드인들의 우월한 기럭지와 언어 구사력만큼이나 나를 놀라게 했던 선진적인 국민성과 교육 시스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그곳.
겨울이면 영하 28도 이하로 내려가지만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의외로 그리 춥지 않다. 체감온도는 한국의 겨울이 더 추운 것 같다.
방학을 이용해 북극권으로 여행을 가서 산타마을에 사는 산타를 만나고 순록과 허스키 썰매도 타고, 사우나 후엔 꽁꽁 언 강물에도 들어갔다.
깨끗하고 잘 보존된 자연도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 주말이면 자작나무 숲을 걷던 그 시간이 그립다.
약간의 증이 있는 이유는 맛없는 음식과 비싼 물가 그리고 겨울이면 해가 며칠 동안 뜨지 않아 우울감을 느끼기 쉽다는 것!
3. 김종욱 찾은 자이살메르
혼자 인도 여행을 떠나던 내게, 친한 언니가 영화 '김종욱 찾기'를 보고 가라고 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는데, 보고 나서 나의 결론은 공유가 잘생겼다는 것이었다.
너도 김종욱을 찾아오라는 언니에게 나는 말했다. "언니, 영화는 영화일 뿐이야.."
자이살메르는 사막 투어를 위해 여행자들이 보통 잠시 거쳐가는 마을인데, 나는 왜인지 그 작은 마을이 좋았다. 며칠을 머물다 떠나려고 짐까지 싸서 나왔던 날, 왠지 떠나기 싫어져서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이틀을 더 묵기로 했다.
새로운 숙소에 짐을 놓고 나와 카페에 앉아있는데 그와 마주쳤다. To make a long stroy short, 그는 지금 나의 남편이 되어있다.
내게 김종욱을 찾아오라고 했던 언니는 "너 그거 다 내 덕분이야"라고 말했다. (응?)
4. 냉정과 열정사이, 피렌체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해서 많은 곳을 혼자 다녀왔지만 딱 한 곳, 피렌체만은 꼭 사랑하는 사람과 가리라 마음먹고 남겨둔 도시였다. '냉정과 열정사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3번에서 만난 그와 몇 년 뒤 손잡고 다녀왔다. 목표 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