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내가 있다면?

by 나온

100개의 질문, 100번의 생각

질문 34. 만약 내가 쌍둥이라면, 현재의 내가 아닌 어떤 내가 존재하길 바라나요?



쌍둥이는 엄밀히 말하면 외모가 흡사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기에, '내가 아닌 다른 나'에만 초점을 맞추어 답해본다.


그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1. 힘들면 힘들다고 내려놓고 털어놓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혼자 다 이겨내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 하루에 열 잔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자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는 조금만 늦은 오전에 커피를 마셔도 밤에 잘 잠들지 못한다. 맛있는 커피를 저녁에도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3. 술이 세면 좋겠다.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이래저래 참 곤란하다. 와인도 맛있고 막걸리도 맛있는데 한 잔 이상 마실 수가 없잖아.


4. 실리를 따지고 본인 이익을 챙기는 데 빠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영악하다고 해야 할까? 쓸데없이 정직하고 바른 나는 이런 것에 둔하다.


5. 거절과 싫은 소리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혼자 바보같이 상처 받느니 내가 아닌 다른 '나'는 차라리 상처를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6. 물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어릴 때 물에 빠진 적이 있어서 물이 무섭다. 그림 같은 에메랄드 빛 바닷속을 인어처럼 헤엄치고 싶다.


7.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감성보다 이성이 지배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8. 멘탈이 갑이고 변덕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쿠크다스 멘탈에 마음이 자주 바뀌는 나의 180도 반대 버전이 궁금하다.


9. 성별은 남자였으면 좋겠다.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다. 여자로 태어나서 느끼는 감정과 기억을 지닌 채 남자로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0. 공대생이어도 좋을 것 같고, 완전 예술이나 음악에 미쳐있는 사람이어도 좋을 것 같다.


11. 끝으로 내가 아닌 '나'는 조금은 이기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항상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양보하느라 못한 것들이 생각난다.




'내가 아닌 나'를 생각하기 위해 결국 '나'를 생각해보게 되는 오늘의 글. 생각하다 보면 끝도 없겠지만 11번에서 끝맺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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