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의 첫눈

나에게도 첫눈

by 순남

태어난 지 275일 차


밤새 눈이 와서 아침에 창밖을 보니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어. 너희는 창가에 서서 한동안 밖을 바라봤어. 큰 소리를 내거나 웃지는 않았지만, 시선을 오래 떼지 못하는 모습에서 처음 마주하는 눈을 낯설고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단다.


예전의 나는 눈이 오면 퇴근 생각부터 했다. 집에 어떻게 갈지, 길은 막히지 않을지 같은 걱정이 먼저였다. 그런데 너희가 태어나고 나서는 같은 풍경 앞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너희에게는 첫눈일지도 모른다는 것, 이 장면이 너희가 세상을 알아가는 눈에 대한 첫 기억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엄마에게서 눈은 더 이상 불편한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너희에게 보여 주는 첫 풍경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본 눈은 나에게도 처음인 것 같다.


이 작은 변화 하나가 내 마음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걸 요즘 자주 느낀다. 무엇을 먼저 떠올리느냐에 따라 하루를 바라보는 방향도 달라진다는 것을 너희를 통해 배우고 있다. 너희가 엄마에게 밝은 쪽을 먼저 보게 해 준 것처럼, 너희도 살아가면서 같은 장면 앞에서 조금 더 밝은 쪽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평범한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순간도 너희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게 될 것이야.


지금 보고 있는 이 눈이, 나중에도 너희에게 밝게 기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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