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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훈 Jan 22. 2020

나는 인정받기 위해 존재한다

2019년 초의 마일스톤은 공동 창업자 1명이 남자고, 나머지 6명의 직원은 여성이었다. 남고-공대-군대-현대-공대 대학원의 테크를 거친 나는 여성들과 일하는 방법에 서툴렀다. 지금도 많은 실수를 하지만 1년 전에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작년 밸런타인데이 때의 일이다. 창업 후 첫 밸런타인데이라 '선물을 받으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를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당일 출근부터 퇴근할 때까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을 표정이 없다는 사실에 자기 위안을 삼았다. 퇴근 후 미팅이 있어 지인들을 만났다. 나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오늘 몇 개 받았냐고 물어봤다. 하나도 못 받았다고 하니 화를 내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초콜릿을 하나도 안 줄 수 있냐고 하더라. 난 서운하거나 화나지 않았다. 그것이 받고 안받고의 문제보다는 소통의 시그널로 봤다.


경영을 일의 효과와 효율의 관점에서만 바라봤던 시각이 그 날을 계기로 인간적인 소통과 관계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로는 말을 건네는 버릇을 바꾸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했다. 매출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면서 잠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빴지만,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

신년회 때 선물 받은 지갑


얼마 전 신년회 때의 일이다. 직원들이 준비한 신발과 공방장님이 만든 지갑을 1년 동안 이끄느라 고생 많았다며 건넸다.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고 디테일하게 챙기는 등의 변화된 모습에 많이 놀랐고 고마웠다고 했다. 1년의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지고, 고생을 인정받은 기분에 1년 동안 함께해준 직원들에게 눈물 나게 고마웠다.


요즘 관계하고 있는 다른 기업 대표들과 클라이언트, 지인들이 회사로 많이 방문한다. 10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열정적인 모습과 끈끈함, 책임감에 많은 에너지를 받고 간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비결이 뭐냐고 한다.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이라고 말을 한다.  동기부여를 위한 보상체계와 효율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도입은 부차적이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경청하고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것이 팀워크가 단단해지는 길이다. 100% 매출 상승, 3억 원의 자금 조달, 직원 2배 고용보다 나의 변화하는 노력을 인정해주고, 서로 배려하는 조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나를 눈물 나게 행복하게 한다.


#매일시리즈 #아무리바빠도매일글쓰기 #아바매글 #글밥의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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