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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피그 bonopig Oct 30. 2023

나 홀로 일본 소도시 여행하기-기타큐슈(6)

시모노세키 히코시마섬 산책하기


산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는 에어비엔비 숙소와 그 옆의 밤브(バンブー) 카페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다만, 카페가 쉬는 날이 있어서 음식을 사러 낯선 길을 모험해야 하는 날들도 있었다. 


기타큐슈는 벌써 5번째 방문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히코시마는 처음 방문했다. 기타큐슈와 다리로 이어진 시모노세키의 작은 섬 히코시마. 처음에는 매우 낯선 지역이라 구글 지도에 의지하며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던 곳이었지만, 3일이 지난 후에는 내 동네처럼 익숙해져 있었다.




밤브(バンブー) 카페는 외부에서는 컨테이너처럼 보이지만 실내로 들어가면 나무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밤브 카페의 표지판도 내부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나무로 제작되어 있다.





이곳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산 꼭대기에 위치한 숙소로 올라가는 지름길을 발견했다. 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조금만 가면 숙소가 바로 보인다. 이 계단을 이용하지 않으면 굽이굽이 언덕을 내려가거나 올라가야 한다. 외지인은 구글지도가 없으면 미아가 되기 쉬울 것 같다. 더 위험한 건 길을 물어볼 사람들이 거리에 잘 보이지 않는다. 30분에 한 명 정도 보일까 말까이다.





10월 초에 갔었는데도 불구하고 햇빛은 강하게 내려 쏟아 한여름처럼 뜨거웠다. 양산이 필수로 필요했다. 날씨가 매우 더워 언덕을 오르내리는 동안 땀이 주르륵 흘러, 산책을 마치면 샤워를 바로 해야 했다.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는 고급 주택가처럼 보이는 집들이 복사 붙여 넣기 한 것처럼 규칙적으로 늘어져 있었다. 공통점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름 표지판과 우체통이 있는 위에 새 모양의 조각이 항상 같이 놓여 있었다. 같은 건축 회사에서 만든 집인 건가? 싶어 호기심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언덕길을 따라 있는 모든 집들에 새 모양의 조각이 없는 집들이 하나도 없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여전히 궁금한데, 아마 건축 회사의 시그니쳐가 아닐까 싶다.





어느 날에는 언덕을 내려가고 있는 길에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에 나올법한 눈이 정말 동그랗고 초롱초롱한 아기 고양이가 주택가 위에서 나를 쳐다보며 울고 있었다. 아직 아기인 듯 보이는데, 길고양이려나? 하고 계속 쳐다보니, 하악 하악 소리를 내며 경계하듯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너무 예뻐서 안보는 척하고 영상도 찍고 사진도 몇 장 더 찍었는데, 풀숲에서 얼굴을 계속 가리며 경계를 해서 전체 얼굴을 찍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지금 봐도 너무 예쁜 아기고양이, 너무 귀엽다!





고양이를 보고 난 후, 바닷가 쪽을 향해 산책을 다시 나섰다. 언덕이 오르고 내리며 반복되는 길이었다. 사람을 보기 힘든 히코시마 섬. 30분을 걸으면 사람을 1명 만날까 말까이다. 거의 현지인들은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숙소에서 20여분 걸어가면 바다가 보인다. 우리나라 부산항이랑도 가까워서 시모노세키항에서 부산으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맑은 바다를 기대하고 왔지만 해변은 없고, 정말 말 그대로 항구 중심이라 파도가 굉장히 세고 주변은 다소 정돈되지 않았듯 보였다.  





항구 옆에 작은 해변이 있는 것 같아서 가보려고 했는데,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 같고 정리되지 않은 길이라서 겁이 나서 다시 걸음을 되돌렸다.





항구 쪽에 오니 버려진 차들도 있고, 버려진 집들도 여기저기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바닷바람을 자주 맞다 보니 쇠 부식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버려진 집은 이렇게 앞에 주의 표시가 있었다. 무슨 사고가 난 집인가? 싶어 겉에서 둘러봤는데 특별한 표시나 안내사항이 없어서 버려진 집이구나 생각했다. 호스트에게 물어보니 쓰나미나 지진은 많이 없는 곳이라고 했다. 지진이나 쓰나미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보인 일본식 아파트. 우리나라 아파트와는 다르게, 빌라 같은 곳을 일본은 아파트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비싼 신축 아파트 같은 건물들은 일본에서는 맨션이라고 부른다. 가까운 일본이지만 이런 작은 문화도 다른 게 신기하다.





섬마을이기 때문에 해가 질 때 굉장히 캄캄한 어둠이 내린다. 첫날에는 모르고 돌아다니다가 해가 빨리 져서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해가지면 후레시를 켜고 다녀야 할 정도로 어두워진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헉헉 거리며 숙소까지 달려왔던 기억이 있던 날. 혼자서 어두운 거리를 걷다 보니 신경이 쭈뼛쭈뼛 스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혼자 여행을 오게 되면, 도시 중심으로 숙소를 잡아야겠다고 다시 생각했다. 아니면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빨리 돌아가는 게 좋다. 낯선 곳에 여행을 오게 된걸 밤이 돼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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