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노세키의 한적한 바닷가 카페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계속 머물고 싶었지만, 여행을 이왕 온 김에 나만 아는 특별한 카페를 하나 더 알고 돌아가고 싶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면서, 바닷가 근처에 있는 카페가 있을까? 싶어 찾아봤더니 웬걸 숨은 그림 찾기처럼 하나 있었다. 다만, 운영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달랑 딱 4시간 동안만 운영되고 있고 운영일이 1주일에 2일밖에 되지 않았다(구글 영업일을 보니 매번 바뀌는 것 같다).
계획을 세웠다. 오전 11시에 아침을 먹고 바로 산책할 겸 카페로 떠나자! 그리고 나선 바닷가 카페를 향해 30여분을 걸어갔다.
드디어 발견된 외딴섬처럼 보이는 바다 위 카페. 'カフェテラス 汐望' 라는 카페이다.
카페에 발을 디딘 순간, 오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반짝이는 테이블들과 활짝 웃으며 첫 손님을 맞이하는 밝은 표정의 점원이 3명 정도 있었다. 카페 안은 테이블 전석이 바다를 바라보게 되어있어, 어디에 앉아도 바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야외 테이블에서 쉬고 싶었지만, 날이 조금 무더워져 실내로 들어왔다. 에어컨 바람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실내에 있는 천장 펜의 살랑거리는 바람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또 나름 시원해졌다.
먼저 아이스커피를 시키고, 디저트로는 애플 케이크를 선택했다.
30여분이 지났을까? 다른 손님이 올법한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눈치 보며 다른 손님을 위해 일어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마음 놓고 일본어 원서를 읽어 내려갔다. 원서 한 페이지를 읽는데 30분,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고 바다를 보며 멍 때리다가 다시 원서 읽기.. 그렇게 반복하니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2시간 정도 앉아 있을 계획이었기 때문에(마감시간이 3시라), 앉아있는 시간이 오래되어 추가로 주문을 했다. 케이크는 먹기 싫고 커피도 너무 많이 마시면 카페인 과민증 때문에 가슴이 벌렁벌렁 뛰어 직원의 추천메뉴 중 하나인 파르페를 주문했다.
보자마자 욱 하고 위에서 거부하는 느낌이 났다. 파르페 잘못이 아니었다. 아침에 커피 푸딩도 먹고, 곧바로 케이크와 커피를 먹은 내 잘못이었다. 맛은 있었지만 초콜릿의 달달함과 생크림에 결국 항복했다. 혼자 여행하면서 이런 점이 아쉽다. 종류별로 음식을 즐기지 못하고 한 가지만 선택한 후 다른 음식은 도전하지 못한다. 남편은 파르페를 좋아해서 같이 왔으면 두 개 정도는 거뜬하게 먹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속이 안 좋아 무료로 나온 따뜻한 녹차를 계속 들이켰다.
카페에 2시간 정도 앉아있을 동안 조금 걱정됐다.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한가로운 마을에 오면 분위기 있는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욕망? 아닌 욕망이 조금 생길 것 같다. 나도 그런 것 같고. 그러나 현실적으로 돈이 될까? 주인이 건물주인가?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감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나 혼자 손님인 것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여행 중에는 보통 바닷가 근처 카페를 방문하면 사람이 많거나, 위생이 좋지 않거나, 값이 비싼 불편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많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이 카페는 가성비도 좋고 한가롭게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심심하면 항구를 지나가는 배들도 바라볼 수 있는 게 멋진 장소였다. 나만 알고 싶은 카페. 다만 같은 시간에 겹치지 않게 다른 사람들도 경험했으면 좋을 카페다.
마감시간이 다되어 계산을 하고 나가려고 하니, 점원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행을 온 거냐고 물어봤고, "오늘 같은 날은 무덥지만, 다음에 오면 테라스에서도 편안히 즐겨주세요"라고 친절하게 이야기했다. 덧붙여 "덥지만 오늘은 테라스에 볕이 없었는데 아쉽네요. 언제까지 머무시나요?"라고 말씀하셔서 나는 오늘이 마지막으로 시모노세키에서 묵는 날이라 아쉽다는 표현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말을 건 여성분은 처음에는 점원분인 줄 알았는데 벽에 걸린 사진을 보니 사장님 같았다. 남성분이 아버님이고 가족들이 운영하는 카페인 듯 보였다.
한가롭고 손님이 없으면 점원은 나에게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여행 취향이나 여행 목적이 뭘까?라고 말이다. 그럼 친절하게 한번 말을 걸어볼까?라고 이어지게 되는 것 같다.
여행지에서 관광객들이 늘어날수록, 어느 나라나 점원들의 불친절함이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특히 프랑스 파리가 매우 심하다고 들었다). 내가 시골이나 지방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손님 한 명을 더 대접해 주고 그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 지쳐서 힐링하고 싶을 때, 다시 방문하고 싶은 카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