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느껴졌던 에어비엔비 & 밤브(バンブー) 카페
여러 명이서 묵을 수 있는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낯선 외국인과의 교류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3일 동안 혼자 묵게 되었다. 더구나, 에어비엔비 바로 옆에 있는 호스트가 운영하는 카페도 3일 중 2일이 휴일이라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였다.
다만, 휴일이 지나고 영업일이 돌아오자 호스트분께서는 아침 일찍 에어비엔비 앱 메시지로 영업일이라는 걸 알려주셨고, 영업 시작 시간에 맞춰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영업 시작 시간은 오전 11시였는데, 처음에는 혼자 앉아 있던 식당이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거의 만석이 되었다. 이 카페는 음식과 커피를 팔고 있고 구글 리뷰가 좋긴 하지만, 언덕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어 차가 없으면 오기 힘든 곳인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신기했다. 현지에서도 유명한 식당인 것 같이 보였다. 현지인 눈에는 외국인인 내가 와있는 것이 더 신기해 보이겠지?
메뉴는 다양했지만 추천 메뉴인 '오늘의 정식'을 주문했다. 메뉴는 토리정식(닭튀김) 1,100엔이었다.
햇빛이 내리쬐는 창가에 앉아 정갈한 음식을 먹으니 이런 힐링이 따로 없었다. 밖에서 먹고 싶었지만 날씨가 무더워 실내에서 에어컨을 쐬며 음식을 즐겼다.
맥주가 당기는 짭조름한 맛이 아닌 담백한 닭튀김이었다. 맛이 너무 담백해서 소스를 찾고 있었는데, 왼쪽에 소스통이 배치해 있는 것을 놓쳐 소스 없이 먹고 있었다.
에어비엔비 숙소에서도 느꼈던 감정이지만, 호스트분이 아기자기한 분이셔서 그런지 그릇도 참 귀엽고 발랄한 느낌이 들었다. 음식들도 한껏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어 먹을 때 기분이 좋았다.
후식으로는 커피 푸딩이 음식과 함께 제공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커피와 같이 곁들여지는 크림을 함께 주셨다. 취향껏 뿌려 먹으라고 직원 분이 말씀하셨는데, 욕심이 많아 잔뜩 넣어버렸더니 맛이 좀 느끼해졌다. 다행히 푸딩 위에 데코 되어있던 민트 잎 한 개가 입맛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어 다 먹었을 수 있었다.
첫날에는 해가 진 뒤 편의점에 다녀온 길이 너무 어둡고 무서워서 밤에는 다시 나가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카페가 영업일인 경우에는 저녁에 미리 시간을 예약하면 카페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구글 리뷰를 봤어서 낮에 부랴부랴 예약을 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호스트가 메시지로 저녁 식사 예약이 가능하다고 안내를 해주셨다. 저녁 메뉴에는 추천 메뉴로 회정식이 있었지만, 카페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포장해 온 스시와 맥주를 먹을 계획이었던지라 아쉽지만 나폴리탄 파스타를 주문했다.
예약한 저녁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카페에 도착했더니, 호스트 할머님은 [KBS 편스토랑]을 보고 계셨다. 한국어 공부를 해서 어느 정도 알아들으시고 한국 방송을 매우 즐겨보시는 것 같았다.
원래 저녁 8시에 예약했지만, 1시간 일찍 도착해 7시로 예약을 변경했음에도 호스트 아주머니는 [이이요~ OK] 라며 흔쾌히 요리를 해주셨다.
드디어 나온 나폴리탄 파스타. 처음에는 양이 많아서 정말 놀랐다. 사진에는 양이 많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반 1인분 파스타를 비교하면 3인분 정도였다. 보통 나폴리탄 팬 크기도 작은 직사각형의 팬에 제공되는데, 원판에 크게 제공되면 얼마나 양이 많은 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딸처럼 생각해서 이렇게 넉넉하게 주신건지, 원래 손이 크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주머니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저녁식사였다.
계산할 때는 곰곰이 잠시 생각하시더니 금액을 700엔이라고 하셨다. 말도 안 되게 낮은 금액이지!라고 생각했다. 700엔 밖에 받지 않으신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쓰고 계신 모자를 귀엽다고 얘기하니, 부끄러워하시면서 쓰고 있던 모자를 누르며 "이렇게 하면 네코(고양이)가 되어요"라고 하셨다.
호스트 두 분 모두 처음에 만났을 때는 쑥스러우셔서 말을 잘 안 하셨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들이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이도 3명이나 있다고 하셨다. 아마 내가 딸 같아서 음식을 많이 주신 것 같았다.
에어비엔비도 정말 저렴한 가격(1박 3만원)에 잘 묵었지만, 에어비엔비 카페에서 먹은 음식들과 경험은 정말 따뜻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