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쿠라에서 먹은 음식들
시모노세키의 추억을 마무리하고 호스트의 도움을 받아 다시 시모노세키역으로 돌아왔다. 역까지 태워주신 호스트(할아버지)와 함께 차 안에서 뒤늦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지 아쉬움이 커졌다. 도착할 때 보다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졌다. 고쿠라역까지 JR전철은 30분마다 운행되어, 시모노세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JR전철이 도착하자마자 무거운 짐(5일간의 짐이 들어있다)을 이끌고 전철에 탔다. 일본의 전철은 외관은 한국의 지하철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차이 점 중 하나는 전철 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고령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이런 편의시설이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버스나 공항 지하철, 그리고 전철 안에서도 화장실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관광객에게는 낯선 외국에서의 화장실 찾기가 하나의 미션이 되곤 하는데, 관광객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시모노세키에서의 추억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고쿠라역에 도착했다. 고쿠라역에서 내리자마자 찾은 곳은 [아뮤플라자]의 6층 식당코너에 위치 한 [텐진호르몬]이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는 대기시간이 길어서 먹기 힘든 곳이지만, 이곳 기타큐슈의 고쿠라점은 대기시간 없이 들어갈 수 있다. 대기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10분 정도 기다리면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기타큐슈는 벌써 여러 차례 다녀와서 이곳 텐진호르몬은 몇 번이나 방문한 곳이었다. 맛집으로 검증된 매번 갔던 곳을 선택할지 아니면 새로운 맛집을 찾을지 고민이 들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의 단점 중 하나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음식 선택이 중요하다.
텐진호르몬은 곱창, 대창 등을 철판에서 직접 볶아내는 과정을 것을 바로 앞에서 직관할 수 있고, 갓 구운 고기를 바로 먹을 수 있어서 한국인에게도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다.
먼저 맥주를 주문한 뒤, 한국어 메뉴판을 정독하고 앞에 있는 QR코드를 통해서 음식을 주문했다. 한국은 터치 패드가 발달되어 주문이 편리한 반면, 일본은 QR코드를 통해 모바일 사이트에서 주문하는 방식으로 주문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것 같았다. QR코드로 사이트에서 주문할 때 인터넷이 느린 상태일 경우 주문하는데 한참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주문 사이트에서 한국어를 선택해서 주문했더니, 계산서도 한국어로 나왔다. 주문이 잘 들어갔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에서도 주문 패드에 나라별로 언어를 선택이 가능한 걸로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외국어로 선택하는 경우 주문서와 계산서가 동일하게 외국어로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서비스화 되어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가 철판에서 구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려서, 그동안 이것저것 앞에 있는 소품들을 구경했다. 오랜만에 방문해서 먹는 방법을 잊은 부분도 있었는데, 일러스트를 통한 시각적 표시되어 한자와 일본어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먹는 방법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소스는 기호에 따라 소금, 시치미, 간장, 스테이크 소스, 고추냉이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곱창이 소주와 찰떡궁합인데, 일본은 일반적으로 곱창이 간이 세서 소주보다는 맥주와 더 잘 어울린다.
또한,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수저가 서랍형식으로 되어 있었다.(한국에서도 서랍 형식이 있었나 기억이 잘 안 난다) 항상 오른쪽이나 왼쪽에 있어서 헤매다가 직원에게 물어봤다.
날계란이 포함된 세트를 주문했는데, 노른자만 뺄 수 있는 기구도 함께 제공되었다. 한국에 돌아오면 다이소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잊어버렸다.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이 났다.
코로나 기간 동안 그리웠던 텐진호르몬(곱창이 일본어로 호르몬이다), 먹어봤던 맛이지만 다시 먹어도 너무 맛있었다. 껍질은 질길 수 있는 느낌이지만 안은 너무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사르륵 녹는다. 밥과 함께 고기를 먹고 바로 생맥주를 마시면 환상의 맛! 양은 다소 적게 느껴질 수 있는 양이지만 먹고 나면 닥 적당한 느낌이 든다(그래도 양이 좀 적은 느낌).
정식 세트는 밥과 국, 그리고 날계란이 함께 나온다. 못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중독되는 맛이다. 양념되어 있는 고기는 조금 달달하긴 해서 술과 함께 먹어야 더 맛있다.
텐진호르몬 외에도 아뮤플라자 6층에는 헤이시로 스시와 중국집을 추천한다. 헤이시로 스시는 회전 스시집이지만 저렴한 가격에 비해 퀄리티가 높고, 일본에서 먹어본 초밥 중에 손가락에 뽑을 정도로 가성비면과 맛이 괜찮다. 헤이시로 스시 옆 바로 중국집은 샐러드가 맛있어서 요리법을 알려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매번 갔던 곳들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고쿠라역에서 하루 밖에 있지 머물지 못해 가보지 못했다. 헤이시로 스시, 중국집, 텐진호르몬이 나란히 있어 셋 중에 하나를 고르느라 고민이 컸었다. 셋 중 아무 데나 가도 평타는 치니 꼭 가보길 추천한다.
두 번째 소개할 단골 가게(또 또 간집)는 24시간 영업하는 [스케상 우동]이다. 기타큐슈 맛집이라고 하면 텐진호르몬과 스케상 우동이 손에 꼽히지만, 나 역시 여러 번 먹어도 맛있다고 인정하는 맛집이다.
코로나 이전에 방문한 뒤 다시 방문해 보니, 가게가 훨씬 깨끗해지고 현대적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디자인 조명과 주문 터치 패드가 추가되어 있고, 인테리어까지 깔끔하게 바뀌어서 처음 보는 새로운 가게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위 사진은 2017년에 방문했을 때의 사진이다. 위 사진과 비교하면,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김밥천국에서 전문 식당가로 변한 느낌. 가게의 변화가 눈에 띄고 세련되게 변화되었다.
일본에 오면 편의점에 판매하는 오뎅을 꼭 먹는 편인데, 편의점에는 아쉽게도 여름에 오뎅을 팔지 않는다. 여름에 오뎅이 먹고 싶으면 이곳에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아주 많다.
베스트 메뉴인 우엉 튀김 우동을 주문하고 난 뒤 밥도 먹고 싶어 져 후토마키도 주문했다. 각각 760엔과 280엔이다.
기본 사이즈를 주문했는데도 우동이 상당한 양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방문해서 그런지 더욱 놀랐던 것 같다. 양이 이렇게나 많다니? 믿기 어려울 정도다. 후토마키도 큰데 우동도 커서 사진으로는 작아 보일 수 있다. 후토마키도 주먹만 한 크기에 양도 알차다. 너무 커서 하나만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다. 우동은 속까지 개운해지는 국물에 면발은 쫄깃쫄깃해서 일본에서 먹은 우동 중 가장 맛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해장으로도 최고일 것 같다. 한국인 입맛에 조금 더 맞추려면 시치미를 뿌려주면 된다.
우동에 시치미를 가득 뿌리고 나면 얼큰한 우동이 완성된다. 간이 세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딱 맞았던 우동 국물. 시간이 부족해서 한 번밖에 먹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하루에 한 번꼴로 다시 먹고 싶은 맛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맛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먹으니 더 맛있었던 우동. 코끝이 시린 계절이 오니 다시 먹고 싶어 진다.
내가 일본 소도시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다. 일반으로 주문했지만 점보 크기의 우동과 후토마키, 그리고 맥주까지 주문했는데 환전하면 한국돈으로 만원 정도박에 안된다. 엔화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요새 한국 물가에 비하면 너무 저렴하다. 다만, 일본도 대도시 음식점들과 술집은 소도시보다 2배 정도 비싼 것 같다.
[스케상 우동]은 메뉴는 우동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을 판매한다. 가족단위나 배고프고 지갑이 얇은 여행객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고쿠라역에는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간식거리도 판매하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곳이 [시로야 베이커리]이다. 현지인들도 매일 줄 서서 사가는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시간이 늦으면 전체 품절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기줄을 스기 귀찮아서(대기줄도 회전율이 빨라서 금방 빠진다) 그냥 지나쳤다가 영업시간 끝날 때쯤 겨우 가서 제일 좋아하는 [샤니빵]을 겨우 구매했다. 연유가 들어있는 빵 같은데, 기분 좋은 달콤함에 먹자마자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그 외에도 생크림 케이크랑 오믈렛을 추천한다.
샤니빵과 함께 따뜻한 녹차를 마시면, 이게 행복이구나 하고 생각된다. 다이어트는 잠시 생각을 접게 되는 마성의 맛.
[시로야 베이커리]에서 1분 정도 걷다 보면 후쿠오카 하카타에서 줄 서서 먹는 [일 포르노 델 미뇽] 가게를 만날 수 있다. 기타큐슈의 매력 중 하나는 후쿠오카에서 한참 줄 서서 먹는 곳이라 해도 여기서는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다. 매장 입구 바로 앞에 있는 크로와상이 유명하다. 초코맛, 고구마맛 등 다양한 크림들이 들어있다. 개인적으로는 초코맛을 제일 좋아한다. 이곳도 나의 최애 빵집 중 하나이다.
그냥 지나치고 싶어도 갓 구운 빵냄새의 유혹에 휘둘려 살 수밖에 없는 곳이다. 가격도 저렴하니 지나가다가 보이면 꼭 사 먹길 추천한다.
고쿠라역 주변은 맛집으로 가득하다. 한국인에게 오사카를 제치고 인기가 급상하고 있는 후쿠오카의 맛집들이 고쿠라역에 즐비하고 있다. 나만 알고 싶은 기타큐슈. 하지만 소도시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관광객들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아 친절하고 매력적인 곳. 혼자 여행하기 최적의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