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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한 May 08. 2024

릴리슈슈의 모든 것, 어느 한 장면의 오마주

16 지구불시착 글이다클럽


음반 가게 앞에 서 있던 유이치는 그 안을 한참 바라보았다. 커다란 등신대가 놓여 있는 자리를. 가지고 싶었나 보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음반가게 앞에 서서 바라보니 가게 주인이 나왔다.


"어이. 이거 가지고 싶어?"


그렇게 말한 주인은 유이치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을 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등신대를 가지고 나와 유이치에게 내밀었다.


"가져 가."


그 말에 화색이 돈 유이치는 냉큼 받아 들었다. 사람크기의 등신대는 유이치의 등에 업혀 있었다. 줄로 묶어 어깨에 멘 채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온화한 바람이 불었고, 유이치의 얼굴에는 미소가, 입에서는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나왔다.


그렇게 달려 도착한 집은 텅 비어 아무도 없었다. 2층의 자신의 방문을 열고 창문 앞에 등신대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두 발짝 뒤로 물러나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좋아하는 가수의 등신대를 보며 여전히 미소 지은채 그 가수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 소리가 점점 커지고 내지르는 소리에 집 안이 울렸다. 어지럽게 빙글 뱅글 돌아가며, 마이크를 쥔 듯 손을 들고, 무대 위에 있는 것처럼, 그 가수인 듯, 열정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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