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리더의, 나를 지키는 리더십

흔들려도 꺼지지 않는 작은 등불처럼

by 데보라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라." - 부처
自歸依 法歸依 自燈明 法燈明 [자등명 법등명 자귀의 법귀의]



등불은 바람에 쉬이 흔들린다.

여린 불빛이라 바람 한번 불면 쉽게 꺼질 듯 아슬아슬 하지만,

끝내 스스로를 지켜내고, 주변을 비추고 온기를 불어넣는다.


리더십도 그렇다.

나는 처음 리더가 되었을 때 바람에 흔들리듯 휘청거렸고,

외부의 기대에 맞추려다 내 자신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깨달았다.
흔들려도 꺼지지 않는 작은 등불처럼,
나를 지키는 힘은 내 안에서 나온다는 것을.






몇 년 전, 나는 회사에서 최연소 여성 부서장이 되었다.
스무 명 가까운 부서장 중 단 세 명뿐인 여성,
그리고 가장 젊은 리더였다.


부임 직후, 새로운 임원들이 들어오며 회사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그 중에는 인사 임원도 있었다.


그는 사업계획서의 형식 변화, 다면평가와 KPI 도입을 선언하며 조직에 변화를 몰고 왔다.
그리고 여러 부서장 중에서 나를 지목해 한국 시간에 맞춰 미팅을 요청했다.

해외 전시회 출장 중이었지만, 한국 시간에 맞추어 전시 중에 자리를 찾아 노트북을 펼쳐 미팅을 했다.


그의 설명은 매끄럽고 설득력 있었고,
나는 진짜 변화가 시작되길 기대했다.

그래서 전시회를 마친 뒤 새벽까지
부서 사업계획과 목표를 KPI 형식으로 다시 정리해 한국으로 보냈다.






그러나 귀국 후 열린 설명회에서, 내 부서는 도마 위에 올랐다.
내가 새벽까지 정리해 보낸 자료는
새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사례이자 동시에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어 있었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웃음으로 넘겼다.
“주요 부서라 대표로 든 거겠지.”
“내가 어려서 다른 부서장들보다 예시로 들기 편했겠지.”

“회사의 큰 흐름인데, 내가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지."

“개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스스로를 다독이며 참았다.


그렇지만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선의로 내준 자료가 결국
나를 비판하는 무기로 돌아왔다는 것을.


그럼에도 참았다.

리더라면 감정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분란을 만들기보다 잠재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인사임원이 회식 뒷자리에서 했던 말이 전해졌다.

그가 했던 말은 괴담처럼 돌았다.


“그 나이에 파트를 맡기는 게 말이 되느냐.”

“여자 리더들 다 잘라버려야 한다.”


심지어 경영진이 참석한 월간 회의 자리에서는 더 노골적인 말도 나왔다.

“결국 자리에 남아 회사를 지키는 사람들은 다 남자들이다. 여자들은 애 키우러 떠난다.”


나는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분명 내 옆에 앉아있던 여섯명의 남자 팀장들의 상사는 나였는데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는 리더라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마치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 온 사람처럼

참고 인내하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들리지 않는 귀머거리처럼,

입이 없는 벙어리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리더십은 감정을 억누르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지켜내고, 현명하게 표현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내 감정을 뒷전으로 두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무서운 건,

처음 리더라는 자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압박을

내가 스스로 내면화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내 감정을 누르고 침묵했고,

모범이 되기 위해서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남았다.
외국에서 온 손님을 위해 개인 시간을 기꺼이 내주었고,
부서 단합을 위해 회식을 만들고, 술을 더 많이 마시고, 또 권했다.


옷을 더 차려입고, 더 짙은 화장을 했다.

상사들과 어울리기 위해 골프를 치기 시작했고, 외제차를 구입했다.

“여자라서 그렇다”,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남편과의 시간은 줄어들었고,

내 감정과 건강은 뒷전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퇴근길에 이유도 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나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작은 등불은 바람에 흔들린다.

그러나 여린 불빛일지라도 스스로를 밝혀내며 주변을 밝힌다.


나는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고 삼키는 것이 리더라고 믿었다.

늘 더 멋진 모습만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무너졌고, 고립되었고,

사람들과 공감하지 못했다.


리더는 늘 시선 속에 서야 한다.

사회가 학습시킨 생각이 내 생각을 잠식하기도 한다.

나 자신에게조차 자상하지 못한 자리,

때로는 나와 세상 모두가 가혹해지는 자리가 리더였다.


그래서,

그럴수록 우리는 우리를 더욱 살펴야 한다.

리더는 리더 스스로를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더 완벽해지려 애쓰지 않고,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상처 입은 채 침묵하며 버티지 않아야 한다.






나는 배웠다.

내가 나를 지켜낼 때 비로소 다른 사람도 함께 설 수 있다.


처음 리더가 되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나를 지키는 첫 발을 내딛었다.


리더십은 결국 나를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빛은 내 안에서 나온다.


나는 오늘도, 흔들리더라도 꺼지지 않는 등불로 서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스페인어로 취업, 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