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를 내려놓다

나를 낮추는 습관에서 벗어나고 자기 인정의 리더십 찾기

by 데보라

제가 처음이라서요.


제가 잘 몰라서요.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 말들은 언제부터 미덕이 되었을까?


나를 포함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직장인, 중간관리자, 사회초년생들은 아마 이런 말을 너무도 익숙하게 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런말들을 하지 않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겸손'을 배웠다.


부모님과 선생님에게서, 드라마와 영화에서, 어쩌면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를 낮추는 법'을 학습해 온 것이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

'예의범절을 지켜야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나대지 말라.'


살아오면서 무수히 주입된 이 말들은 결국 우리에게 족쇄로 돌아온다.



유리병 안에 가둔 곤충이 유리병을 치운 뒤에도 그 높이 이상은 뛰지 못한다는 비유가 있다.


어쩌면 우리도 한국 사회 속에서 들으며 자라온 말들에 갇혀온 것이다.






리더가 된 나 역시,

리더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그 말들에 갇혀 있었다.



생각해보자.


새해, 새로운 리더가 부임했다.

첫 회의에서 "제가 처음이라서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잘 알려주세요"

이 말은 그리 이상하지 않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리더를 떠올려 보라.

“저는 이런 흥미와 경험을 가진 사람입니다. 전문성은 이런 부분에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팀을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새로운 리더십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많은 도움 바랍니다.”


이 편이 훨씬 설득력 있고, 안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가 더 간다.


그럼에도 나는,

머쓱함을 숨기고자 첫번째 선택을 했다.

그것은 명백한 오답이었다.






나의 부서에는 22명의 파트원과 5명의 팀장들이 있었다.

부서를 이루는 3-4인의 최소조직의 팀장들은 나와 엇비슷한 또래의 남성들이었다.


나는 괜스레 미안함과 어색함을 느꼈다.

경력이 긴 사람들보다 먼저 파트장이 된 것,

아이 둘이 있는 가장을 제치고 자리에 오른 것,

남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파트장이 된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계속 흔들렸다.


지금 생각해보건데 그런 불안정은 근본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보자 들 중에서

내가 더 적합하다고 회사가 판단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실적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나의 자산도 판단의 근거였겠지.


논리적 사고와 판단력

책임감

업무에 대한 호기심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실현하는 능력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뚝심과 인내력

도전을 회피하지 않는 정신력

그리고 신뢰감, 카리스마 (다른 이들이 표현한 말이다)


스스로 적어놓고 보니 다소 민망하지만,

나는 실제로 이런 것들을 추구하며 살아왔고,

또 그렇게 보여지는 사람이었다.


분명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동일 회사 내 경력·성별·나이 같은 조건이

내가 리더가 되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겸연쩍어했다.


왜 그랬을까?




리더십 경험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음에도, 나는 부끄러웠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과도한 겸손이었다.



첫 팀장 회의자리에서조차

"제가 부서장은 처음이라서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잘 알려주세요"

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그 말에는 이런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저는 겸손한 사람입니다. 더 배우고 싶고 그런 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니 실수해도 밉게 보지 말아주세요. 앞으로 더 나아질거고, 그렇게 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차라리 속 마음을 이야기 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말은 이랬다.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리더십에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 인정'이 필요하다.



겸손은 우리를 지켜줄 수도 있다.

나의 부족함으로부터, 나의 실수로부터.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가능성과 장점을 가두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부족한 사람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을 따르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한다.


외부에 HR 강연을 들으러 다니면, 강점에 대해 자주 접하는 이야기가 있다. '부족함을 메꾸는 것으로는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본인의 결점이나 단점보다는, 나의 강점을 더 발전시킬 때 부족함이나 단점을 메우고 넘쳐 흐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겸손 속에 숨지 말아야 한다. 쓸데 없는 겸양이다. 쓸데 없는 겸손함. 정말 쓸데가 없다.


우리는 왜 스스로 자신감을 깎아 먹는가?

내 장점들을 보여주기도 전에 왜 자신을 낮출까?


그것보다 우선은 자신을 소개하고, 보여주고, 방향을 이야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저 나 자신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리더십은 자라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리더십은 꼭 어떤 직책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리와 일, 그리고 자신만의 인생의 리더이기 때문이다.




처음이라 못할 것은 없다.

처음이라서 오히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잘할 수도 있다.


부디 나보다 더 당당하게,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장점을 알고,

그렇게 자기만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 누구보다 내가 먼저 그러려고 한다.

거울을 보고 연습한다.

속으로 되뇌인다.

입 밖으로 꺼내본다.



"나는 나 자체로 충분해"

"나는 그 누구보다 소중해"

"나는 나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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