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6
상가가 연결되어 있는 우리 아파트 단지.
최신의 시설과는 거리가 멀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마트와 동네에서 입소문이 난 맛깔난 식당, 그리고 하나둘씩 자리 잡은 카페들이 알찬 구성을 이루고 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이사 왔을 때는 오랜 미용실과 어두운 분위기의 커피숍 등 말하자면 작은 가게가 모인동네 상가에 지나지 않았는데 2-3년 전부터 낡은 점포들이 장사를 접 고감각적인 인테리어와 함께 뚜렷한 주관과 개성을 가진 사장님들이 카페를 하나씩 오픈하시면서 분위기가 ‘카페 거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 나는 그 카페에 꽃다발을 주문하러 들렀었다
“플랜트 카페: 꽃다발 주문받습니다!”라는 정감 있는 손글씨에 마침 아이의 무슨 발표회를 앞두고 급한 마음인데 아파트 바로 아래 이런 예쁜 플라워 카페라니!! 하며 감사한 마음에 주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인연을 시작으로 커피를 마시다가 올리브 나무를 데려 오거나, 책모임을 하다가 크루시아 화분을 점찍거나 사장님의 분갈이를 도와드리다가 멋스러운 이태리 토분을 충동구매하기도 했다.
그런 세월이 어느새 3년.
이제 나는 단골 고객이며 동네 친구가 되어 코로나로 힘들어하시는 나의 최애 카페 사장님을 위해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몇 번 의무 방문했고 지치신 사장님과 서로 힘을 내자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기도 했다. 또 식물 아이들을 한 가지, 한 뿌리씩 나눔 받으며 키워서, 뿌리내려서, 다시 재 나눔 해드리고
서로의 기쁨을 교감했으며 겨우내 얼어 죽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베고니아 화분을 잠시 위탁보육(?) 해 드리기도 했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그때에 맞는 식물, 꽃나무를 볼 수 있고 백화점 그릇 브랜드 코너에서 망설이며 맘 접었던 아름다운 찻잔 시리즈가 차와 커피, 혹은 브런치 세트와 어우러져 플레이팅 되어 반겨주는 나의 단골 카페. 이제 그곳은 카페라는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교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곳이며 집을 벗어나 잠시나마 식물과 커피 향에 일상의 노곤함을 잊을 수 있는 달콤한 피난처가 되었다.
지금도 메뉴에 없는 나만을 위한 에스프레소 투샷 아메리카노를 건네받으며 청탁받는 글을 쓰는 이곳. 속내를 꺼내놓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의 시간을 특별히 보낼 수 있는 작은 아지트.
감사하고 행복하다.
#커피가있는공간#감성#공간의힘#단골카페
*이 글은 주식회사 멘테인에서 서비스하는 <키핑 keyping> 모바일앱에 2020~2021년 6월까지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수정, 편집하여 발행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