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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수아 Feb 05. 2022

미니멀리즘은 다음 生에

2021.03.22

봄은 봄이다.

괜스레 옷을 이것저것 꺼내서 입어보고 거실의 쿠션도 커버를 컬러풀하게 바꿔보고.

맘은 또 어떻고?

괜히 싱숭생숭,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봄기운 가득한 패브릭,

아기자기한 가전 소품, 화사한 재킷, 꽃무늬 살랑 치마에 한참 눈이 간다.


이런 싱숭생숭함은 비단 나뿐만이 아닌지   카페거리며 오고 가며 잠깐 들어갔던 백화점 광장에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코로나는 우리의 생각처럼 쉽게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사람들은 대부분 지쳤고, 더는 참지 않겠다는 기세다.  밖을 나온 사람들은 그동안 억제했던 욕구를 소비에 집중하는 듯하다.


비록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도 화장품, 향수, 소비가 절대 줄어들지 않고, 홈 카페를 위한 커피 머신, 소형가전은  부담 없이 주부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그러고 보니 신도시의 몇몇 백화점은 개점 이래 최대의 이익을 명품점에서 내고 있다고 했다.



사고 싶은 욕구

vs 버릴 수 없는 마음



나에게도 쇼핑의 욕구를 늘 일깨우는 묵은 와인 같은 오래된 위시리스트가 있다.

집 빵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자동 빵 반죽기, 충분한 양의 라테를 만들 수 있는 빅 사이즈의 에어로치노,

유명 유튜버 마 00 여사가 쓰고 있는 용도별 무쇠 주물 프라이팬  등.

나름대로 소박하고 제법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난 자부한다.


하지만 가혹하게도 여름 끝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이사를 앞두고 짐을 대폭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 현실... 우리 가족은 냉장고에 버려야 할 물건 리스트를 붙여놓고 각각 1인당 일주일에 10개의 물건 버리기 챌린지 중이다..


사기는커녕, 가진 애장품을 수십 번 생각하고 이번 주에는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지 고민 또 고민하는 마음은 정말 쓰라리다. 두 번, 세 번 생각해보고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몇 번이나 이 물건을 찾아 썼는지 생각해보고 잠깐 숨을 고른 후 미련 없이 쓰레기봉투에 집어넣는다.

아.. 내게는 너무 어려운 비워내기..

이번 생에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는 틀린 듯.



#위시리스트 #명품백보다 살림살이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지름신 #봄에는 쇼핑이지!


*이 글은 주식회사 멘테인에서 서비스하는 <키핑 keyping> 모바일앱에 2020~2021년 6월까지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수정, 편집하여 발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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