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2
봄은 봄이다.
괜스레 옷을 이것저것 꺼내서 입어보고 거실의 쿠션도 커버를 컬러풀하게 바꿔보고.
맘은 또 어떻고?
괜히 싱숭생숭,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봄기운 가득한 패브릭,
아기자기한 가전 소품, 화사한 재킷, 꽃무늬 살랑 치마에 한참 눈이 간다.
이런 싱숭생숭함은 비단 나뿐만이 아닌지 집 앞 카페거리며 오고 가며 잠깐 들어갔던 백화점 광장에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코로나는 우리의 생각처럼 쉽게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사람들은 대부분 지쳤고, 더는 참지 않겠다는 기세다. 집 밖을 나온 사람들은 그동안 억제했던 욕구를 소비에 집중하는 듯하다.
비록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도 화장품, 향수, 소비가 절대 줄어들지 않고, 홈 카페를 위한 커피 머신, 소형가전은 큰 부담 없이 주부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그러고 보니 신도시의 몇몇 백화점은 개점 이래 최대의 이익을 명품점에서 내고 있다고 했다.
나에게도 쇼핑의 욕구를 늘 일깨우는 묵은 와인 같은 오래된 위시리스트가 있다.
집 빵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자동 빵 반죽기, 충분한 양의 라테를 만들 수 있는 빅 사이즈의 에어로치노,
유명 유튜버 마 00 여사가 쓰고 있는 용도별 무쇠 주물 프라이팬 등.
나름대로 소박하고 제법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난 자부한다.
하지만 가혹하게도 여름 끝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이사를 앞두고 짐을 대폭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 현실... 우리 가족은 냉장고에 버려야 할 물건 리스트를 붙여놓고 각각 1인당 일주일에 10개의 물건 버리기 챌린지 중이다..
사기는커녕, 가진 애장품을 수십 번 생각하고 이번 주에는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지 고민 또 고민하는 마음은 정말 쓰라리다. 두 번, 세 번 생각해보고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몇 번이나 이 물건을 찾아 썼는지 생각해보고 잠깐 숨을 고른 후 미련 없이 쓰레기봉투에 집어넣는다.
아.. 내게는 너무 어려운 비워내기..
이번 생에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는 틀린 듯.
#위시리스트 #명품백보다 살림살이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지름신 #봄에는 쇼핑이지!
*이 글은 주식회사 멘테인에서 서비스하는 <키핑 keyping> 모바일앱에 2020~2021년 6월까지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수정, 편집하여 발행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