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가족 자가격리 7일간의 기록
삼일절은 왠지 3월 1일이라기보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첫 스타트 같은 날이라서 매년 우리 가족은 태극기를 걸고 온 집안을 환기시키며 의도치 않은 봄청소와 함께 아침을 시작했었는데.. 짐작은 했지만 오전에 받은 문자는 왠지 비장한 다짐을 하게 했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이미 결과를 예상하고 8시 전부터 가까운 선별 진료소에서 신분증, 가족관계 증명서를 챙겨 우리의 문자만을 기다리고 있던 큰아이에게 문자를 전송하고 (동거인의 확진 결과 문자가 있어야 pcr 검사가 가능하다) 나와 남편의 손은 혹시라도 우리와 접점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가족들, 자가격리 일정으로 부재가 불가피한 이곳 저곡에 소식을 전하느라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사이 가까운 지인들의 확진 소식도 또 전해지며 이제 확진은 시간문제일 뿐 모두가 말하는 '어디서 어떻게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위로와 걱정, 그리고 안심의 따뜻한 말 들 사이에서도 나의 미안함과 속상함은 점점 더 풍선처럼 부풀었다.
더욱이 함께 식사했던 지인들이 어제만 해도 자가진단 키트가 음성이었다가 저녁부터 증상이 느껴져 병원에 갔더니 나처럼 양성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땅속으로 꺼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른 가족들도 얼른 검사하는 게 좋겠다고 하고 실시간 선별 진료소 상황, 어떤 동선으로 이동해야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면서도 절박한 마음은 단 한 사람이라도 감염이 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함께 있었던 지인 중 반 이상이 양성반응이 나왔고 그 가족들의 반 정도는 어김없이 양성이었다. 특히 마스크를 벗고 집에서 가족과 지낸 경우는 어김없었다.
이 와중에 큰 아이는 확진 문자가 오기 전까진 3월 1일부터 새롭게 바뀐 동거가족 격리 의무 해제에 의해 일단 기숙사에 입소하라는 담임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자가진단키트는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인정 결석이 되려면 본인 확진 문자가 있어야 한단다 ㅠㅠ) 기숙학교이기 때문에 일단 입소 후 확진 문자를 받고 퇴소하는 것이 결석이 안된다는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어 택시를 불러 입소시키고
아이는 마스크를 쓴 채로 이미 코로나를 걸려 격리를 끝낸 친구와 밤을 보내게 되었다.
온 신경과 손놀림을 연락하고, 톡을 보내고, 또 상황을 알아보고 하느라 집중했더니 저녁에 약을 먹었을 때는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인후통은 조금 더 심해서 기침을 동반했고 특히 저녁에 잠자리에 누우면 마치 수영장에서 배영을 할 때 코로 물이 들어온 것처럼 맵고 코가 뒤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어 밤새 잠을 자면서도 기침으로 깨고 물을 마시고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인후통보다 더 따가웠던 것은 가시처럼 계속 나를 찌르는 죄책감.
기도하고 또 했다. 혹시라도 양성이 확진으로 이어져도 지인들은 가벼운 감기증세이길,
혹시 아이들이 있다면 그 아이들은 제발 음성이길.
더이상 그 가족들의 감염이 없길.
이 모든 것이 마지막의 하나까지 치밀하지 못했던 내 탓만 같아서 후회를 하고 또 하고, 또 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