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28
아침마다 zoom 수업을 할 때면
두 딸의 대조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매우 이과적인 큰녀석은
대충 쓱쓱 머리를 매만지고
후드스타일 교복을 잠옷에 걸친 후 능청스럽게
Go프로 카메라를 각도 조절하고
작은 녀석은 이미 한 30분 전부터 대왕헤어롤을
머리에 감아놓고 악성 곱슬머리를
그래도 가지런히 하려 고데기를 들었다, 놨다하며
부산을 떨다가, 자연스러운 입술색 립밤까지
바르고 새침떼기 소녀처럼 컴 앞에서
미소를 연습한다.
마치 방송을 앞둔 아나운서처럼..
반 곱슬 엄마와 직모 아빠 사이에서
하나는 반 곱슬, 하나는 심한 곱슬이라니..
게다가 사춘기를 맞아 2차 성징을 거치더니
둘째의 곱슬머린 지글지글이 더 심해져
아침마다 거울앞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더니
앤의 곱슬머리에도 감정이입을 했을까? 싶은 생각도 잠깐,
아이에게 퍼머가 왠말이냐는
남편의 태클을 일축하고
내 딴엔 큰 결심을 하고 매직펌도 해주었지만
두 달이 넘으면 다시 저 강력한
곱슬파워를 보여주니, 이제 둘째도 퍼머값이
아깝다며 그냥 생긴대로 살겠단다.
작년인가 외할머니에게 선물받은 미니 고데기로
오늘도 열심히 곱슬머리를 펴는 우리 막둥이.
나는 슬~쩍 운을 떼어본다.
“ 그 광고 있잖아..
이번에 새로나온 엄청 화려하게 생긴거..
악어이빨 처럼 생긴 고데기.. 그게 미용실에서 하는거 보다 더 매직이 잘 나온다더라? 봤어?”
“에이 엄마 그거 무지 비싸, 괜찮아..
그 돈이면 엽기떡볶이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어”
보긴 본 모양이네.
왠지 짠하다.
세상에서 곱슬머리 아닌 사람이 젤 부럽다는
우리 꼬맹이의 머리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마법의 기계”를 선물해주자고
남편을 좀 설득해봐야겠다.
지금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데 미루는 것 만큼
미련한 것은 없다.
해줄 수 있다면 지금.
작지만 확실하게 행복해야 한다.
#딸키우기#육아와 성장 #성격차이#곱슬머리
#둘째의 필수 헤어템 ^^
*이 글은 주식회사 멘테인에서 서비스하는 <keyping키핑> 모바일앱에 2020년 연재되었던 글을 수정, 편집하여 올리는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