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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수아 Jan 19. 2022

곱슬머리  내 사랑

2020 10.28

아침마다 zoom 수업을 할 때면

두 딸의 대조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매우 이과적인 큰녀석은

대충 쓱쓱 머리를 매만지고

후드스타일 교복을 잠옷에 걸친 후 능청스럽게

Go프로 카메라를 각도 조절하고

작은 녀석은 이미 한 30분 전부터 대왕헤어롤을

머리에 감아놓고 악성 곱슬머리를

그래도 가지런히 하려 고데기를 들었다, 놨다하며

부산을 떨다가,  자연스러운 입술색 립밤까지

바르고 새침떼기 소녀처럼  앞에서 

미소를 연습한다.

마치 방송을 앞둔 아나운서처럼..


 반 곱슬 엄마와 직모 아빠 사이에서

 하나는 반 곱슬, 하나는 심한 곱슬이라니..

 게다가 사춘기를 맞아 2차 성징을 거치더니

 둘째의  곱슬머린 지글지글이 더 심해져

 아침마다 거울앞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더니

앤의 곱슬머리에도 감정이입을 했을까? 싶은 생각도 잠깐,

아이에게 퍼머가 왠말이냐는 

남편의 태클을 일축하고 

 딴엔  결심을 하고 매직펌도 해주었지만 

두 달이 넘으면 다시 저 강력한

곱슬파워를 보여주니, 이제 둘째도 퍼머값이 

아깝다며 그냥 생긴대로 살겠단다.


작년인가 외할머니에게 선물받은 미니 고데기로

오늘도 열심히 곱슬머리를 펴는 우리 막둥이.

나는 슬~쩍 운을 떼어본다.

“ 그 광고 있잖아..

이번에 새로나온 엄청 화려하게 생긴거..

 악어이빨 처럼 생긴 고데기.. 그게 미용실에서 하는거 보다  더 매직이 잘 나온다더라? 봤어?”

 “에이 엄마 그거 무지 비싸, 괜찮아..

 그 돈이면 엽기떡볶이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어”


보긴 본 모양이네.

왠지 짠하다.

세상에서 곱슬머리 아닌 사람이 젤 부럽다는

우리 꼬맹이의 머리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마법의 기계”를 선물해주자고

남편을 좀 설득해봐야겠다.

지금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데 미루는 것 만큼

미련한 것은 없다.

해줄 수 있다면 지금.

작지만 확실하게 행복해야 한다.

#딸키우기#육아와 성장 #성격차이#곱슬머리

#둘째의 필수 헤어템 ^^


*이 글은 주식회사 멘테인에서 서비스하는 <keyping키핑> 모바일앱에 2020년 연재되었던 글을 수정, 편집하여 올리는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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