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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Jul 17. 2018

아이돌 좋아합니다만.

그 시절 오빠들은 나이를 먹지만...

사실 난 금사빠다. 금방 사랑에 빠진다. 그 상대가 멀리 있는 그러니까 TV 화면 속 작은 상자에 담긴 존재들이다. 이때까지 좋아한 연예인들만 꼽아도 열 손가락이 넘는다. 이건 나 스스로 진단을 해봤는데 일명 '파랑새 증후군'이다. 행복을 가져다 줄 파랑새를 찾으러 나서지만 파랑새는 결국 자신의 새장 안에 있다는 이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현재의 행복에 만족하지 못한 채 막연한 행복만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아마 무대 속 인물들에게 빠지는 성향도 이런 내 기질 때문일 거다. 지금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내 마음을 쓴 것 같은 구절을 만났다. '멋있다에서 끝나야 하는데 와 저 사람은 저렇게 멋있게 사는구나. 동경으로 끝나야 하는데 질투로 가는 거야.' 


어려서부터 숱하게 남을 동경해 왔다. 그 대상이 때론 선생님이었고 학교 선배였고 그룹 리더였고 화면 속 연예인들이었다. 그런 대상들은 멀리 있어서 내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가까이할 수 없어서 질투의 대상이 되었고 마음 앓이를 했다. 그런 대상들이 행여나 가까워질라 하면 마음은 정말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러니 현실 연애도 잘 될 리가 없었다. 나는 늘 파랑새 같은 남자들만 찾아 헤맸다. 가까이에서 끝없이 다정하게 대해주는 남자들을 재미없어했다.


학창 시절에 뉴키즈 온 더 블록 공연에 못 가서 펑펑 울고, 다녀온 친구 얘기를 또 펑펑 울면서 들었다. 학교에 뉴키즈 온 더 블록 음악이라도 나올라 치면 애들이 난리가 났었다. 공연 실황을 얼마나 많이 봤던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들이 있다. 모든 노래들을 외우려고 가사를 한글로 써가며 불렀다. 아마 지금의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미국에서 그럴 텐데... 참 세상은 이렇게 돌고 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서태지를 미친 듯이 좋아해서 팬레터를 얼마나 많이 보냈는지 모른다. 굿즈를 파는 곳까지 찾아다니며 사진들과 스티커, 부채들을 모았고 기사들을 하나하나 오려서 스크랩북을 몇 권씩이나 만들었다. 편지지에 숱하게 그림을 그려 보냈고 비디오테이프와 녹음테이프를 박스째로 만들기도 했다. (비디오, 녹음테이프라니... 이런 얘기 쓰면 내 나이 다 알겠다.ㅎㅎ) 이런 건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동생은 선생님이나 연예인들을 좋아해 본 적이 없다. 누군가에게 금방 빠져 허우적거리는 날 이해하지도 못한다.


세월은 흐르고 그 시대의 오빠들은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 함께 늙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새로운 아이돌은 늘 파랑새 같은 존재다. 그렇다. 나는 아이돌을 좋아한다. 시대에 맞춰 매번 새롭게 나오는 그 모든 아이돌들을 좋아한다. 그것이 동경이고 질투이든. 뭐든.


딸이 있으면 함께 공연을 보러 가면 좋겠다. 결혼보다 아이를 낳는 것이 더 싫기도 하고 (이미 몸 상태도 그렇고) 그럴 생각도 없지만 만약 딸이 있어서 사춘기가 되고 그 딸이 아이돌을 좋아한다면 함께 즐기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서 내 오빠들도 말이야. 엄청 멋있었지. 그땐 엄청났어. 네 오빠들도 엄청 멋있다. 이러면서... 같이 아이돌 좋아하는 엄마라 싫어할까?


요즘 내 낙 중에 하나는 잠들기 전 한두 시간씩 그들의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돌들이 사라질 날은 없을 테니 이젠 멋있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젊다는 것 자체가 부럽기만 하다. 아마 난 아이돌 좋아하는 할머니로 늙어갈 것 같다.


이 또한 언젠가 지나가겠지만 요즘 내가 빠져 있는 아이돌 영상 하나 걸어놓고 마칠까 한다. (사실 이 영상 걸고 싶어서 이 글 쓴 건지도 모른다. 모든 직캠 올려놓는 팬들 너무 대단하다. 영상 퀄리티가 웬만한 방송국보다 훨씬 낫다.)


그렇다. 방탄소년단 지민이다. 내 주위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이 보이스카우트나 아람단 같은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사실 내가 이름 처음 들었을 때 그랬다;;) 처음엔 방탄소년단이라길래... 무슨 이름이 이 모양이지. 방탄이라 깨지지도 않겠다고 했었는데...


다른 레전드 직캠들도 많지만 이 날 의상과 헤어, 무대 모두 내가 가장 좋아한다. 역시 올 블랙이지. 웃는 모습이 예쁜 것도 모자라 무대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멤버다. 춤도 잘 추는데 목소리도 콧소리 섞인 미성이라 상당히 매력 있다.


그렇다. 눈치챘겠지만 이 글은 기승전‘지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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