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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Jun 12. 2019

파도를 타는 방법

넷플릭스에서 미뤄 둔 테라스하우스 하와이 편을 보기 시작했다. 테라스하우스는 도쿄 편을 시작으로 가루이자와 편도 본 터라 다른 편을 바로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또 이만한 게 없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사실 남녀 간 매칭과 로맨스에만 신경을 써서 내가 생각했던 커플이 안되자 그렇게 허무해질 수가 없었는데... 테라스하우스는 그렇지 않다.


물론 그 안에서 사귀어서 커플로 나가기도 하지만 남녀 여섯 명이 부딪히면서 만들어 내는 인간관계가 더 재미있다. 나이대도 다르고 성격도 다 다르고 외모도 다른데 일본 제작진은 외모만 보고 뽑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와는 달리 하프라 불리는 혼혈도 워낙 많아서 도쿄 편과 가루이자와 편에도 꽤 나왔는데 이번 하와이 편은 외국 로케 촬영이라 혼혈 아닌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사실 처음에야 당연히 외모가 눈에 들어오지만 외모만 보고 좋아졌던 사람이 별로이거나 외모는 별로였는데 성격이 너무 좋아서 응원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게 매력이라는 건데 당연히 매력 있는 사람은 외모와는 상관없이 계속 보고 싶어 진다.


일본 문화는 같은 동양이라도 우리와는 다른 면이 있어서 더 흥미로운 지점도 있다.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면들이 강한데 쉐어 하우스라 그런지 남들한테 민폐 끼치는 것을 참지 않는다. 숨기지 않고 하나하나 얘기하고 조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바를 나가지 않고 빈둥거리는 꼴을 못 보고 꿈에 대해 얘기하고 하고 있는 일들을 응원해준다. 우리 같으면 함부로 나서지 않는 선도 넘어서 얘길 하는 거 보고 좀 놀랐다. 그걸 받아들이고 곧바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거나 좀 더 나아지겠다고 다짐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어른들한테 들었던 건 일본인은 겉으론 친절해도 속을 알 수 없다는 거였는데 젊은 사람들은 또 그게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상처 받을 일은 있어도 오해할 일은 없어 보였다. 우리는 얘기하지 못해서 오해하게 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 번도 공동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내가 저 나이 때쯤 쉐어 하우스를 했다면 어땠을까, 다른 사람들한테 어떤 사람으로 비쳤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내가 나를 생각하는 것과 남들이 나를 생각하는 것의 거리가 크면 클수록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


아직 하와이 편은 얼마 보지 못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데 벌써 두 명이나 싫어져서....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시즌1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말이다. 나는 아무래도 싫어하는 타입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꾸역꾸역 보게 되는 이유는 숙소 풍경이 무려 하와이 바다라는 거다. 저런 곳에서 눈뜨고 잠들 수 있다면 없던 감정도 샘솟고 화났던 마음도 수그러 들 것 같다. 아마 곧 도쿄 편에 나왔던 아만 커플도 나올 거라는데 아만은 외모는 내 타입은 아니었지만 성격이 마음에 들었던 멤버였다. 가장 좋아했던 멤버는 역시 마성의 한다상이었지만. 하와이에서 왔던 아만은 하와이 특유의 여유로움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고 여러 명언들을 남겼다.


인생은 흘러가는 대로 살고
파도가 오면 그걸 탈뿐이야




- 사진출처 : photo by Jeremy Bi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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